여성 「공연기획자」가 늘고 있다|극단 운영·행정실무에 활기 불어넣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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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공연예술에 여성기획자가 늘고있다.
국립극장이 최근 50년 국립극장설립이후 최초로 「공연기획위원」으로 김경애씨(28)를 외부에서 발탁한 이후 샘터소극장실험극장 민중극장도 차례로 여성기획자를 기용, 극단운영에 새로운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공연기획자(Managing Dirctor)는 극단의 운영과 행정적인 실무를 맡는 일종의 행정책임자. 기획과 제작·연출 등 예술적인 총책을 맡는 예술감독(Artistic Director)과 구별된다.
여성기획자의 선두주자로는 현재 극단 자유의 대표를 맡고있는 이병복씨, 극단 여인극장의 강유정씨, 프리랜서로 일하는 나혜정씨가 대표적. 이들 선두주자들이 제작과 기획·연출까지 두루 거쳤다면 이번에 등장한 여성기획자들은 기획분야에만 활동할 20대후반의 젊은층인 것이 주된 특징이다.
연출가 정광수교수(성대)는 『우리나라에서의 여성기획자들의 등장은 이제 초창기』라고 못박고 『미국극단만 하더라도 이미 50%이상이 여성기획자에 의해 운영된다』고 들려준다.
즉 미국무대의 경우 지방연극을 활성화시킨 신화적인 여성기획자 「마고·존즈」를 비롯, 워싱턴 어레너 스테이지의 「젤더·피챈들러」, 휴스턴의 「리나·벤스」가 여성기획자로 손꼽히는 인물들.
여성들의 섬세한 감각과 부드러운 인간관계, 치밀한 성격 등이 여성기획자들의 가장 큰 잇점으로 꼽히고 있다.
국립극장의 김경애씨는 무용·음악·연극 등 공연예술 전반의 기획을 맡고 있는 여성기획자. 강남지역에 개관되었던 예술극장 판, 오페라상설무대, 『한국연극』지 첫여성편집장을 거쳐 국립극장에 스카웃됐다.
그는 최근 국립극단의 『파우스트』 공연에서 국립극단 사상 최대의 관객을 유치시켜 화제가 되었다.
숙대 국문과출신으로 삼일로창고극장의 워크숍에 참가한 것이 인연이 되어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은 극작지망생.
샘터소극장에 기획책임자로 기용된 임정미씨(27)는 프랑스 렌의 국립예술학교에서 3년간 연극과 인형극을 전공한 재원. 어린이인형극전용극장인 샘터소극장의 개관(10월)에 따라 첫기획책임자로 극장운영을 맡게됐다. 『어른들도 감탄할 인형극을 개발해 성인관객을 유치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또 실험극장의 기획을 맡고있는 구민영씨(29)는 『호모 세파라투스』 『신의 아그네스』의 조연출을 거쳐 9월 기획으로 변신했는데 현재 85년 실험극장의 정기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12월 공연될 「카프카」원작 『심판』의 기획을 맡은 민중극장의 장미선씨(29)는 81년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말려』에서 조연출을 맡은 경험을 살려 여성기획자로 등장했다.
그는 『아직은 프로그램 제작홍보의 단계에 머무르지만 점차 작품 선정·배역 선정의 작업까지 폭넓게 참여하겠다』는 포부다.
이러한 여성기획자들의 등장에 대해 김정옥교수(주앙대·연출)는 『공연예술 전반에 대한 안목이 기획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실무작업과 함께 기획의 전문화를 위한 재교육프로그램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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