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질환 없으면 대부분 증상 약해 사회가 협력하면 메르스 확산 막을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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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루시 조지타운대 메디컬센터 교수

미국의 미생물학·면역학 전문가인 대니얼 루시 조지타운대 메디컬센터 교수는 8일 “기존 질환이 없으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증상은 대부분 약하다”고 밝혔다. 루시 교수는 이날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기고한 글에서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스의 먼 친척뻘이지만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나 독감보다 전염력이 덜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루시 교수는 “폐질환, 신장 질환, 면역 결핍, 당뇨의 네 가지 질환을 갖고 있지 않는 이들에겐 메르스 증상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거나 아예 증상이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루시 교수는 이에 따라 “현재 한국에서 병원을 중심으로 발생한 메르스는 사회 전체가 지속적으로 협력하면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루시 교수는 미국 국립보건원 등에서 근무한 전염병 권위자다. 지난해 가을 미국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번졌을 때 워싱턴포스트·AP통신·NBC방송 등이 관련 전문가로 루시 교수를 인용해 대책 등을 조명했다.

 루시 교수는 기고문에서 한국이 곧 메르스 발생을 막을 수 있는 근거로 병원을 매개로 번지는 메르스 감염은 그간 최소 6개국에서 확산을 차단한 전례가 있는 데다 최소 2명의 한국인 환자로부터 얻어진 메르스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이뤄진 증거를 찾지 못한 점도 들었다.

 루시 교수는 그러나 메르스를 잡기 위해선 전 사회적인 협력, 정부 당국과 감염 의심자들 모두의 투명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루시 교수는 “사회적 협력을 통해 총체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고, 각종 기관 및 격리 상태에 있는 일반인들은 투명성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루시 교수는 구체적으로 “병원과 병원 사이에, 공공 보건 당국자와 병원 및 외래환자 진료시설 사이에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환자가 다른 의료 시설로 옮겨지며 확산을 초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루시 교수는 “보건 분야 인사들과 정부 당국자들은 시민들에게 투명해야 한다”며 “격리 조치 상태에 있는 일반인들도 보건 당국 공무원들에게 투명하고 정직하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국이 메르스 발병 정보를 숨겨 불신을 초래하거나, 격리 상태에 있는 이들이 상태를 숨겨 잘못된 판단을 불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루시 교수는 “사스나 에볼라 발생 때처럼 보건 의료 종사자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적절한 규정을 알리는 동시에 개인 보호 장비를 지급하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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