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성의 표시」·「투쟁 업적」에 머물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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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전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11대국회의 전 임기를 통해 줄곧 쟁점이 돼온 정치의안을 최종적으로 협상할 3당3역회담이 16일 열린다.
여야는 이 회담이 정치의안을 비롯해 총선거·해금·선거법협상·예산안처리문제등 당면 정치문제 전반을 다루게될것이라고 밝히고있다.
학원문제 심의에대한 민정당의 무성의와 기피를 문제삼아 공전카드를 쓴 민한당 스스로가 『학원문제는 이제 3역회담의 의제가 아니다』(임종기총무)고 함으로써 이번 회담의 성격이 짐작된다.
학원문제는 여야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주고받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있으며 따라서 야당은 공세의목표를 정치의안쪽으로 돌려 「부담」을 덜고「실익」을 취하려하고있다.
12월1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하고 총선을 앞둔 싯점에서 야당으로서 뭔과 전과를 얻으려면 가능한 범위내에서 최상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학원문제만으로 예산심의를 보이코트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그로인해 정국이 경색될때의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민정당 역시 당사의 학생점거사태가 날 정도로 악화된 학원문제를 야당의 정치공세거리로 방치해 둘수는 없는 노릇이며 적당한 선에서 야당의 체통을 세워줘 11대국회를 마무리하는편이 이득이라는 판단인것 같다.
요컨대 가급적 빨리 학원문제에 일정거리를 두자는데 여야가 이심전심으로 뜻을 같이 했다고 볼수 있다. 그래서 민정당은 「선국회정상화 후정치의안협상」을 주장하고 있으며 야당도 국회공전사태를 초래하는 선까지 원내전략을 밀고나가지는 못하고 있다. 문제는 3당3역회담에저 얼마만큼 정치의안에 진전을 볼수있으며 결과가 여야모두에게 「대화」와 「共存」의 보람을 안겨줄수 있겠는가 하는것이다.
정치의안을 놓고 밤낮 똑같은 줄다리기를 벌여 국민들에게 준 실망이나 총선이 미칠 영향을 생각할때 여야모두 이번회담을 무겁게 대하지않을 수 없다.
사실 지난 세번의 정기국회는 난제들을 뒤로 미룸으로써 정치파란을 회피하는 고식적 수법으로 정치의안을 다뤄왔다. 국회법·국회의원선거법등 일부 의안이 타결되기는 했으나 중요한 본질적인 이슈는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있다.
민한당이 관철에 주력키로한 5개 정치의안은 지자제·언기법·노동관계법·집회및 시위에 관한 법·정당법(지방공무원법·선거위법포함)등이며 이중 특히 지자제실시와 언기법개정에 중점을 두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야당의 요구를 민정당이 파장국회라고해서 새삼 파격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야당이 이것을 안들어 준다고해서 예산심의를 전면 보이코트하는등 강경일변도로 치달을 것이라고 상상하기도 어렵다.
결국 이번 3역회담에서도 기본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양측주장이 되풀이될것으로 보이고 다소의 진전이 있더라도 야당의 기대치에 미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예컨대 민정당이 총리산하의 지자제연구위에 야당의 참여를 보장하고 국회문공위에 학원문제소위의 설치를 약속하는 것등이다. 잘하면 『지자제 실시 시기만이라도 밝히라』는 야당의·기대치가 어느정도 충족될는지 모르나 현재까지의 민정당태도는 여전히 냉담하다.
민정당은 지자제실시시기를 차기 총선의 선거공약으로 내놓을 심산인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이 4년내내 주장했고 또 재정자립도등 단계적 실시의 여건이 성숙되어가는 문제를 집권당의 공약으로 생색내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정치도의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민정당이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 의문이다. 통·반장, 국영기업체 임직원, 예비군 소대장이상 간부의 정당가입 금지를 골자로하고있는 정당법개정안과 내무·보사위의 소위에 계류중인 집시법과 노동관계법에 대해서도 민정당은 『운영 개선을 검토중』이라고 밝힐뿐 고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밖에 3역회담에서는 공정한 선거관리·전면해금·선거법협상·예산삭감규모와 처리방법등이 논의될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습관적」으로 주고받아온 해금에 대해서는 어차피 선거실시 약3개월전에는 상당수 푼다는 정부·여당의 방침이 있기때문에 회담의 큰이슈는 되지 못할 전망이며 해금약속을 받아낸다하여 야당의 전과가 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선거법협상은 야당이 광권배제와 선거구증설을 요구하고 민정당은 공명선거의 중요성을 시인하나 선거구증설은 반대한다는 입장이어서 더 진전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결국 야당은 여당을 독주, 대화정치의 기피로 몰아붙이고 계류중인 정치의안을 표결 처리해 줄것을 요구함 으로써 「다수의 휭포」를 호소하고 이를 투쟁흔적으로 총선에 내놓을 공산이 크다.
반면 민정당은 귀를 최대한 기울였다는 「성의표시」를 하면서 정치의안을 부결처리하지않고 계류시켜 자동 폐기하는 전략으로 맞설것으로 보인다.
그렇게되면 여당은 상대에 일부라도 양보하는것이 자신의 안정과 평화에도 유익하다는 의회정치의 관행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게될것이다. 야당 역시 지난3년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문제제기에 머물렀다는 비판과 함께 차기 선거전에서 재야로부터 「업적」에 시비를 당할 소지를 남길 가능성이 있다. <전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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