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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 실명 숨긴 채 … 100여 차례 출격한 ‘빨간 마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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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상옥 감독의 영화 ‘빨간 마후라’의 실제 주인공인 고(故) 유치곤(사진) 장군의 순직 5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를 담은 책이 나왔다. 유치곤 장군 호국정신보존회는 오는 13일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유치곤 장군 호국기념관’에서 장편소설 『나다, 유치곤-전설이 된 빨간 마후라』(시간여행) 헌정행사를 연다.

 행사에는 김홍래 성우회 회장, 박춘택 공군전우회 중앙회장, 이희찬 공군 제11전투비행단장 등 전·현직 군 관계자와 주민 1000여 명이 참석한다. 이들은 헌화대에 책을 바치고 돌로 만든 소설 책 조형물을 제막한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이 축하비행도 한다. 책은 소설 형식으로 쓰였지만 유 장군의 삶을 추적한 일대기다. 차인숙(61·소설가)씨가 6·25전쟁 당시 동료 조종사 등을 인터뷰해 정리했다. 책에는 전쟁 중 잠시 비행 교관으로 활동할 때 한쪽 눈을 다쳐 실명했지만 이를 숨기고 100여 차례 출격해 전공을 세웠다는 내용도 있다.

 유 장군은 1927년 유가면에서 태어났다. 5세 때 일자리를 찾아 나선 어머니를 따라 일본 후쿠오카로 갔다. 그곳에서 초·중학교를 마친 그는 44년 일본 소년비행학교를 졸업했고 해방과 함께 귀국했다. 이후 전쟁이 한창이던 51년 4월 공군 소위로 임관됐다. 같은 해 10월 F-51D 전폭기 조종사로 참전해 전쟁이 끝나는 53년 7월까지 203회 출격했다. 이는 한국 공군 사상 최고 기록이다. 대표적인 전공은 평양 외곽의 승호리 철교 폭파다. 적군의 보급로인 철교를 폭파하기 위해 미군이 36회 출격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유 장군 팀은 빗발치는 적의 대공포화 사이로 저공비행해 폭탄을 투하했다. 이 작전이 영화 ‘빨간 마후라’의 배경이다.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로 시작하는 영화의 주제가는 공군의 상징이 됐다. 그는 대구 107기지단장(현 11전투비행단장)으로 재직 중이던 65년 과로로 순직했다. 정부는 대령이던 유 장군을 준장으로 추서했다. 달성군은 2005년 그의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고향인 유가면에 호국기념관을 건립했다.

 양덕모(60) 유치곤 장군 호국정신 보존회장은 “그의 애국심을 널리 알릴 방안을 고민하다 책을 내기로 했다”며 “앞으로 호국기념관의 전시물을 확충하는 작업도 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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