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고생사이에 일본 점 유행|학력고사 점수·이성친구 알아맞히기 등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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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때 일본에서 유행했던 일본식 신대잡기(장점)가 요즘 우리 나라 중·고교생들 사이에 크게 번지기 시작,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학생들의 정신세계를 병들게 하고있다.
특히 의지력이 약한 여학생들 사이에 전염병처럼 번지고있는 이 신대잡기는 볼펜을 손에 쥔 채 무당이 귀신을 불러들이듯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며 일본말로 된 주문을 2∼3분간 반복해 외다 신들린 상태가 되면 대입학력고사 성적이나 지망대학 학과의 합격여부부터 결혼상대자의 이름·직업·얼굴형태·결혼시기·부부생활성공여부 등 다가올 미래를 마치 점쟁이처럼 그려내고 있다. 『분신사마, 분신사마, 오이데구다사이…』 (분신님, 분신님, 와주십시오)-.
토요일 수업이 끝난 지난 10일 낮12시50분. 서울 갈현동 선정고 3학년×반 교실.
4∼5명의 급우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남학생과 여학생이 눈을 감고 오른손으로 볼펜을 맞잡은 채 일본말 주문을 2∼3분간 반복해 외고 있었다.
이어 『분신님 오셨으면 종이 위에 이 볼펜으로 ○를 그려주십시오』라고 소곤대듯 말을 했다.
그 순간 두 학생이 잡고있던 볼펜이 힘없이 움직이기 시작, 책상 위에 놓인 흰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주문을 외는 여학생이 『톰이다. 2살 짜리 톰이다』라고 말하며 외부의 영(영)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알렸다.
여학생은 다시 신들린 무당처럼 계속 주문을 왼다.『분신님, 내 친구 ×××의 이번 학력고사 점수는 몇 점입니까』
다시 볼펜이 움직이면서 종이 위에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245」 라는 숫자를 써놓았다.
일본어주문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면서 다시 물었다.
『이 점수로 어느 대학 무슨 학과에 가면 됩니까.』 볼펜은 영문자로「K」, 한글로 「인문」이라고 썼다.
주위의 학생들이 신기하다는 듯 웅성거린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학생도 있고, 대강 비슷하다는 듯 빙그시 웃기도 했다.
선정고 여학생들 사이에 이 같은 신대잡기점 놀이가 시작된 것은 지난주 초부터 불과 1주일 사이로 이 놀이를 안 해 본 학생이 없을 정도로 퍼졌다고 학생들은 말하고있다.
일본말로 된 주문도 간단해서인지 모두 거침없이 줄줄 왼다.
이웃 선일여고 역시 이 점 놀이가 보름쯤 전부터 번지고 있으며, 경기여고·진명여고는 10월 20일쯤부터 시작되는 등 서울시내 여고는 모두 만연되었고 여중까지 번져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끼리끼리 모여 이 놀이에 빠지고 있다. 일부학생들은 가정에 돌아가 어머니·동생들을 상대로 이 놀이를 해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선일여고1년 김모양은 진명여고 3학년에 다니는 언니로부터 10월20일쯤 이 놀이를 배워 친구들에게 장난 삼아 알려 주었다고 자랑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신대잡기 놀이는 10여 년 전 일본에서 한때 유행했다가 최근에는 사라졌으며 일부 심령과학자나 점술사들 사이에 남아있는 실정.
당시 경마·요트경기 등 도박에 빠져있는 타락한 사람들이 젓가락을 이용, 우승번호를 예측하는데 이 놀이를 이용하곤 했는데 최종적으로 정신병자가 발생하고 주위사람들에게 물질적인 피해를 주는 사례가 속출, 이 놀이의 효과를 주장하는 심령과학자들마저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서부터 수그러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말>
▲심령과학자 안동민씨=눈을 감고 주문을 반복해서 외는 것은 심령과학에서 자기의식을 단절하고 외부의 영(영)을 부르는 첫 단계다.
여고생들이 이런 유령놀이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식을 단절하고 무의식세계와 교신할 수 있으나 선천적으로 남자보다 여자가 더욱 심하다.
성장기의 소녀들이 유령놀이에 열중하게 되면 정신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다.
또 영에 의지하려는 마음 때문에 주체성·주관을 상실하기 쉬우며 의지가 약하게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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