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재조명」 대규모 심포지엄|"화엄종이다" "신인종이다"논쟁|석굴암조영 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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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7일 동국대 경주대학에선 3백여 명이 모인 가운데 『토함산 석굴암의 재조명』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려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석굴암만을 주제로 놓고 집중 토론하는 대규모 학술회의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영태(동국대·석굴암 창건연기고) 김상현(단국대·김대성의 석굴암조영과 사상적 배경) 문명대(동국대·석굴암불상의 양식적 특징) 교수 등의 발표와 종합토론이 있었다. 심포지엄을 지켜본 이기백 교수(서강대)의 평대로 『주장이 상당히 많고 결론을 바로 내릴 순 없었지만 그 자체가 학문적 성과』이기도 했다.
지난 4월 신현숙 교수(동국대)가 「태장만다라에 의한 석굴암 구조분석」으로 학계에 자극을 준 이후 최근의 활기는 앞으로 일부 외국인 학자들의 석굴암연구결과까지 가세할 기미를 보이고 있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석굴암의 논의도 종래의 방향에서 크게 전환하고 있다. 즉 「부분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전체에 대한 이해」로 학문적 관심을 돌리고 있다.
석굴암 본존불이 석가모니불이냐 아미타불이냐 하는 논쟁도 석굴암의 전체 구조를 밝히는 맥락 안에서의 논쟁일 때만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신현숙 교수가 『석굴암은 모든 부처와 보살·팔부중을 한자리에 수용, 무한의 영원세계를 그린 밀교 태장만다라의 완벽한 재현』이라고 주장한데 이어 김상현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석굴암은 불국사와 함께 화엄종 사찰로서 화엄적인 세계관의 상징적 구현』이라고 주장했다. 석굴암을 세운 김대성은 표훈으로부터 화엄학을 수업했을 뿐 아니라 표훈·신림 등은 당시 대표적인 학엄학승이었고 불국사의 처음 사명이 화엄불국이었다는 점등을 들었다.
한편 문명대 교수는 『석굴암창건에 관여한 이들은 사천왕사나 원원사와 함께 바다로 쳐들어오는 적을 방비하는데 주력한 신인종 스님들』이라며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불교종합예술의 세계적 걸작품인 석굴암의 정체를 캐는 작업은 바로 석굴암의 가치를 극명히 밝혀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삼국통일1세기후인 고대 한국문화 완숙기의 시대산물이란 점에서 당대의 역사적 비밀을 푸는 또 다른 작업이기도 하다.
학자들은 이점에서 당시의 정치·사회와 종교, 특히 화엄종이나 신인종·밀교 등의 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긴요하며 특히 화엄종과 전제왕권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이 제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석굴암 연구를 제대로 끌어 나가려면 역사학·불교학·미술사학 등의 전공자들이 자기 주장에만 연연하지 않는 포괄적 시각을 확보하면서 공동작업을 추진해나가는 것이 요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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