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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병은 신이 고치고, 돈은 의사가 받는다.』
2백50여년전 「벤저민·프랭클린」이한 말이다. 의사를 칭찬한 얘기같지는 않다.
영국시인「F·퀼즈」라는 사람은 더심한 말을 했다. 『세상엔 의사만한 행운아도 없다. 그의 성공은 소문이 나고, 그의 실패는 흙이 덮어준다』
무슨 뜻인지는 두번 새겨볼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의사는 그 나름으로 말못할 고민이 많다. 일본에서 있었던일이다.
동경의대 내과의 「오끼나까」라는 명의는 1963년 정년퇴임하는 자리에서 재임중 (47∼63년)자신의 오진률은 14.3%였다고 발표했다.
이때 세간에는 두가지의 놀라운반응이 있었다. 세상사람들은 『명의가 저 정도니, 다른 의사들이야…』하고는 놀라움과 실망을 금치못했다.
그러나 많은 의사들은 『과연 명의군!』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82년 동경의대 내과「고사까」교수의 고백이 있었다. 『나의 10년간 교수생활중 오진률은 7.2%였다』-「오끼나까」의 기록을 절반으로 줄이는데 꼬박 20년이 걸린 셈이다.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그루버」라는 의학자가 조사한 최근의 오진률은 12%였다. 또다른 의학자인「문크」교수의 조사는 15%였다. 어느 쪽이든 10%이상이다.
물론 오진률은 조사방법에 따라 다르다. 그 기준을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문제다.
우리나라 의사들의 오진률 통계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종합병원의 최고명문이라는 서울대병원 내과의 경우 오진률이 최고 29.7%로 집계된 때가 있었다. 66년부터 70년까지의 일이다.
그러나 기록은 점점 줄어들어 77∼81년의 경우는 14.4%로 나타났다. 수술환자 1천6백37명을 조사한 결과다.
오진의 이유에 주목해보자. 첫째는 검사결과의 판단착오, 둘째는 선입견에 따른 판단착오,세째는 환군의 증상이나 징후판단착오.
인간의 질병은 기록 이내 무려 3만여종으로 밝혀 지고있다. 서독프랑크푸르트대학 「라이버」교수는 연평균5백여건씩 새로운 질병이 늘어나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한 일도 있다.
이쯤 되면 의사만 탓할 수도 없을것 같다.
따라서 현대의 의학진단은 새로운첨단기기에 의존하는 률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역시 의학도 과학의 영역이고 보면 첨단시설이 문제다.
의사들이나 의학계는 그점에서 더욱 더 분발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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