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곡물 먹인 소 방귀에서 나온 메탄, 온실가스 주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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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아주 특별한 생물학 수업
장수철·이재성 지음
휴머니스트, 448쪽
2만2000원

학창 시절 생물은 암기 과목이었다. 시험을 치기 위해 식물의 구조와 기능을 뿌리·줄기·잎 등으로 나눠 달달 외웠다. 화학이나 물리처럼 뚜렷한 법칙이 없어 이해보다 암기가 나았다. 저자는 이런 생물학 영역에 생각하기를 들이댄다. 법칙이 없기에 그만큼 생각할 여지가 많고, 생각할수록 우리의 존재를 비롯한 경이로운 생명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열네 번의 수업을 기록했다. 생물학자인 장수철 연세대 교수가 선생으로, 절친인 국어학자 서울여대 이재성 교수가 학생이 돼 1대 1 과외를 한다. 일반인 대상 생물학 입문서를 만들어보자는 출판사의 제의에 장 교수가 이런 포맷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국어학자라기보다 40대 일반인 아저씨라는 위치에서 기초적이면서 엉뚱한 질문을 퍼붓는다. 수업은 109일 동안 목표한 분량을 채우고 끝났고, 그 여정이 고스란히 책에 담겼다.

 책은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 내 몸을 이루는 분자, 나를 움직이는 힘 등 생물의 기초적인 작동 원리부터 설명한다. 소는 풀에 있는 셀룰로오스만 먹으면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해서 지방을 축적하게끔 인간이 소에게 녹말(곡물)을 먹이면서 많은 변화가 생긴다. 소는 녹말을 직접 분해하지 못하고 위에 산성물질이 생겨서 고통스럽다. 소화계통에 문제가 생기니 방귀를 많이 뀌게 되고 거기서 나온 메탄이 온실 가스가 된다. 생물학 이야기가 환경문제로 이어진다. 생태계는 돌고 돈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생명 활동은 상태가 변화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늘 에너지가 필요하다. 간단한 생물의 작동원리인데 곱씹을수록 철학적이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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