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과 눈 맞은 두유, 비수기에도 고공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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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대학생 이예빈(23·덕성여대 국제통상4)씨는 최근 집 앞 대형마트에서 두유 한 박스를 구매했다. 집에서 먹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느 두유와 맛이 좀 다르다. 콩맛보다 애플망고 맛이 훨씬 강하고 한 입 머금으면 입안에 애플망고 알갱이가 씹히는 ‘애플망고 두유(사진)’다.

 ‘두유의 외도’가 비수기 여름에 통했다. 대표적인 건강식으로 통하는 두유가 과일주스와 결합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베지밀을 생산하는 정식품이 지난해 7월 출시한 ‘과일이 꼭꼭 씹히는 애플망고두유’가 그 주인공. “겨울에 데워서 마신다”는 업계의 통념을 뒤엎고 초여름 날씨에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전에도 과즙 등을 섞은 ‘믹스 두유’제품이 없던 것은 아니다. 정식품은 2012년 11월 ‘베지밀 입안 가득 바나나 두유’, 2013년 5월 ‘베지밀 그린티 두유라떼’ 등을 출시했지만, 출시 직후에만 반짝 성공에 그쳤을 뿐, 두유 업계 히트작의 지표로 꼽히는 ‘월 30만팩’의 벽을 꾸준히 넘기지는 못했다. 강은식 정식품 대리는 “신제품 과즙 두유에 대해 시장에서 ‘새롭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들이 전통 두유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를 깬 것이 애플망고 두유다. 베지밀로 두유 업계 대표 주자인 정식품은 ‘어깨에 힘을 빼고’ 이 제품을 만들었다. 2년간 개발 끝에 건강에 관심이 있으나 입맛을 바꾸기 어려운 젊은층을 공략해 두유의 함량을 낮추고 애플망고 알갱이가 씹히는 두유를 만들었다. 철저히 20~30대 젊은층을 타깃으로 했다.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꾸준히 입소문을 타던 베지밀 애플망고 두유는 올해 봄부터 성공 궤도에 올랐다. 3월 45만팩, 4월과 지난달에는 월 55만팩씩 팔렸다. 새 학기 들어 대학생을 타깃으로 하고 집중 공략한 덕분이었다. 이화여대·인하대·부경대 등 전국 23곳의 대학에서 시음 행사도 했다.

 베지밀 애플망고 두유가 히트를 치면서 다른 음료 기업들도 과즙 두유를 앞다퉈 내놓기 시작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3월 이마트 전용 판매 상품인 ‘뉴트리빈 망고 두유’를 출시했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29일 애플망고 과즙을 함유한 ‘두유에 애플망고가 새콩달콩’을 내놨다.

 과즙 두유의 효시로는 80~90년대를 풍미했던 동아식품(현 동아오츠카)의 ‘썬듀’(1987년 출시)가 꼽힌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과향의 두유였다. 하지만 2000년대 초 제조원가가 올라가고 가격 인상이 어려워 단종됐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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