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거친 화법' 도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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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취임 1백일 기자회견에선 최근 여러 설화(舌禍)를 낳은 盧대통령의 '말(言)'이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의 거칠고 역설적인 화법이 국정 운영에 오히려 지장을 초래하고 있지 않으냐"는 질문이 나왔다.

盧대통령은 강한 어조로 항변했다. 우선 "그동안 한국의 지도자들은 목이 너무 뻣뻣했고 가까운 참모들에게까지 두려운 존재여서 앞에서 말도 바로 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래 가지곤 토론을 통한 합리적 결론이 나올 수 없다"며 자신의 언행이 '탈(脫)권위적 행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盧대통령은 "이것은 기분상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 효율성에 관계된 문제"라며 " 탈권위 문화는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TV에 나오고 활발히 말하는 것은 거부감이 없으면서도 국내에선 너무 자주 나온다고 해 (TV에) 못 나가고 있다"면서 "이런 이중성을 버려야 하며, 우리도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부시 대통령 수준으로 가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盧대통령은 자신의 거친 표현, 비속어 사용에 대해선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는 "평소 대중적 집회를 좋아하고, 대중 강연을 좋아하다 보니 대중적 표현을 버리지 않고 많이 가지고 있다"며 "예컨대 사람 머리 숫자를 얘기할 때, 옛날에 그 아주 개인스러운 소통을 위해 '쪽수'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그런 것이 가끔 한번씩 나온다"고 했다. 盧대통령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의)'깽판'발언 등등이 이렇게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盧대통령은 "지도자가 완벽한 성자가 아니고 완벽한 언어를 구사하는 언어의 마술사가 아니더라도 적절하지 않은 말이 있었다면 걸러왔던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인데 (언론이) 노무현의 것은 샅샅이 뒤집어 내 보도하고 재밋거리로 삼았다"면서 언론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그는 특히 "언론 환경이 그래서 대통령이 표현을 제한당해야 한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어떤 자리에서 반어법이 필요해 반어법을 쓰면 그 진의를 정확히 판단해 전달해야 할 책임은 언론에 있다"고 주장했다.

盧대통령은 이날 "언론과의 관계는 원칙적인 관계로 계속 가져가겠다"며 "때때로 화가 나는 일이 있지만 결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사에 대해 대응할 것은 하되 원칙대로 하겠으며 그 밖에 다른 수단을 동원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최근 편집.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협조를 당부한 것은 언론과의 관계 재정립 메시지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을 받자 盧대통령은 "점심 먹으며 협조를 당부한 것은 통상 사람 만나 밥 잘 먹고 '한번 봐주시오. 형님이 무슨 투기를 얼마나 했기에 이렇게 괴롭힐 수 있습니까. 봐주세요'라고 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의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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