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어떻게 볼까] 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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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호주제는 남성을 한 가족의 우두머리로 하기 때문에 남성 중심주의를 무의식 중에 심어준다. 여성이 결혼하면 반드시 남편의 집 호적에 들어가고, 자녀는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한다.

호주의 승계 순서도 '아들.딸.처.어머니' 순이어서 여성은 남성에 종속된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어머니가 실질적으로 친권을 행사하며 생계를 꾸리더라도 미성년자인 아들이 호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가족의 대가 끊겨서는 안된다는 압박감이 남아선호 사상과 낙태를 부추겨 생명윤리마져 흐려지게 한다.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에 위배되는 것이다.

호주제의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에게 돌아간다. 여성이 이혼하면 자녀에 대한 양육권을 갖더라도 자녀를 자신의 호적에 넣을 수 없다. 또 재혼한 여성의 자녀는 생부의 성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주홍글씨'의 낙인처럼 그들을 따라다니며 갖은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핵가족제도가 보편화한 지 오래다. 가족제도의 변화는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를 불러 부부 간 평등한 관계가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지만 호주제 앞에선 무색해지고 만다.

호주제는 전근대적인 가부장적 가치관만을 강요하는 멍에일 뿐이다. 개인의 인권을 지키고 다양성을 실현하기 위해 폐지해야 마땅하다.

김지은(명예기자.서울 창현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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