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늘어난 반지하방 범죄 … “골목 CCTV 늘려줘요”

중앙일보

입력 2015.06.02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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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동대문구의 한 다세대 주택가. 지은 지 20년이 넘은 건물이 많은 이곳엔 반지하 100여 가구가 밀집돼 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에 보안등 불빛도 미치지 않아 어두웠다. 더운 날씨 탓인지 방충망만 닫아놓은 집들이 적지 않았다. 골목길에서 보면 창이 어른 무릎 높이에 있었다. 방범창 대신 나무판자를 창에 덧대어놓은 집도 있었다.

 해당 지역 주변에서 범죄가 일어났을 때 추적 용도로 쓸 수 있는 폐쇄회로TV(CCTV)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주민 정모(33)씨는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면 빈집털이 등 절도 범죄가 항상 걱정된다”며 “문 단속에 신경을 쓰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반지하방 밀집지역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치안이나 보안시설이 상대적으로 허술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지하방이 범행 장소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3월 동대문구 다세대 주택가의 반지하방 세 곳을 ‘짝퉁 물품 보관소’로 활용한 일당이 검거됐다. 해당 반지하방들은 불법거래를 위해 모아둔 시가 38억원 상당의 위조 물품 2641점으로 가득했다. 경찰에 체포된 손모(48)씨 등 3명은 “주택가여서 의심을 덜 살 수 있고, 임대료도 저렴해 범행 장소로 이용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4월엔 박모(26)씨가 도박 자금을 갚지 못한 중국인 야모(24·여)씨를 자신이 거주하던 서울 강동구 주택가의 반지하방에 감금하고 가족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과 경기 일대의 반지하방을 돌면서 수십 차례에 걸쳐 금품을 훔친 전모(52)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범행 장소로 활용되던 인적 드문 외곽지역의 컨테이너나 창고가 항공사진 등을 통한 적발로 자취를 감추고 있는 반면 반지하를 범행 장소로 이용하는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보증금 없이 월 20만원이면 쉽게 방을 구할 수 있는 데다 경찰 입장에선 주택가를 함부로 조사할 수 없다는 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의 반지하 가구 수는 45만8667가구(2014년 기준)에 달한다. 이 중 서울 지역이 33만8893가구로 73.9%를 차지한다. 대부분이 1인 가구라 집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가스 및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도 많아 화재 등 각종 사고에 노출돼 있다.

 전문가들은 관할 구청과 경찰이 반지하 밀집지역의 범죄 예방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대 박정민(사회복지학) 교수는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의 데이터를 분석해 순찰과 CCTV를 촘촘하게 늘리고, 각종 안전시설을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이경훈(건축학) 교수는 “방범 순찰대 활동을 활성화하고, 주민 모임 등을 통해 주민들 간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 것도 범죄를 막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손국희·백민경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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