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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자전거 고쳐 이웃에 선물 … 사랑 실은 리사이클 사업 ‘씽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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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자전거수리센터에 근무하는 김상원씨가 남춘천역에서 수거한 자전거 바퀴를 점검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근화동 자전거수리센터. 기름때가 잔뜩 묻은 장갑을 낀 노인이 자전거를 뒤집어놓고 바퀴 중앙 부분에 뭔가를 열심히 바르고 있다. 이곳에서 5년째 근무해온 김상원(68)씨다. 최근 남춘천역에서 수거해온 자전거를 재생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었다. 김씨는 “수리하면 새 것처럼 쓸 수 있는 자전거가 주위에 얼마든지 많다”고 말했다.

 김씨와 자전거수리센터의 인연은 2010년 시작됐다. 춘천시가 공공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자전거 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다. 40년 넘게 건축업에 종사해온 김씨는 2009년 위암 수술을 받은 뒤 힘든 일을 할 수 없게 됐고, 우연히 TV에서 자전거수리센터가 생긴다는 광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40년 전 구입한 생애 첫 자전거를 8년간 애지중지하며 고쳐 탔던 기억이 그를 수리센터로 이끌었다.

 이곳에서 김씨는 ‘자전거 의사’로 불린다. 방치된 자전거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로 동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동안 김씨의 손을 거쳐간 자전거만 1100여 대. 이 중 올해 152대를 포함해 모두 626대가 새 주인을 찾았다. 자전거를 선물받은 이들은 대부분 초·중·고교생들. 춘천 지역 곳곳에서는 김씨가 도색한 재생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재생 자전거를 선물 받은 조은석(14·남춘천중 2년)군은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40분 거리라 힘들었는데 이젠 자전거를 타고 10분 만에 오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정수 춘천시 건설국장은 “자전거 재생사업은 자원 재활용의 좋은 본보기”라며 “일자리 창출과 자전거 문화 활성화, 환경 보호 효과도 동시에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전거 재생사업은 서울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광진구가 대표적이다. 광진구는 지난 4월 ‘자전거에 사랑을 싣고’ 사업을 통해 마련한 재생 자전거 100대를 기초생활수급자 등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2012년부터 자전거 재생사업을 진행해온 광진구는 그동안 454대의 재생 자전거를 소외계층에 선물했다.

 서울시에서는 지난해 수거된 자전거 1만3022대 중 1425대가 재생 자전거로 탈바꿈해 새 주인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139명의 저소득층도 이 사업으로 일자리를 얻었다. 서울시는 올해도 12개 지역자활센터, 2개 사회적기업과 협약을 맺고 자전거 재생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된 자전거를 재활용하며 나눔도 실천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이 같은 주민친화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시도 지난 4월 중앙탑공원에서 재생 자전거 20대를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대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누구든지 대여소에 비치된 신청서에 인적사항만 적으면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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