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일 군사협력,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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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지난달 30일 4년4개월 만에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아베 정권 등장 이후 두 나라 정부 간은 물론 양국 국민 감정까지 악화일로였다. 오늘 발표된 중앙일보·닛케이 공동조사에 따르면 “양국 관계가 좋다”는 응답자는 한국 3.7%, 일본 5%에 불과했다. 5년 전엔 각각 24.3%, 30%였으니 한·일 국민이 체감하는 양국 관계가 얼마나 악화됐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이번 회담은 대화와 교류의 숨통을 텄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일본은 집단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자위대를 한반도에 파견할 경우 한국 정부의 요청과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원칙에도 합의했다. 이어도 남쪽에 위치한 한·일 간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 구역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방안도 협의키로 했다. 별 논란 없던 사안들이지만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하지만 양측은 한·일 안보 분야의 주요 관심사인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 문제에선 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를 두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양국 간 국방 교류·협력 기반은 잘 갖춰져 있으나 과거사 문제로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며 일본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변화가 없는 한 교류와 협력 확대는 시기상조”란 정부의 기본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원래부터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당연하다. ‘적극적 평화주의’란 가면을 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정당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시험 등 북한의 위협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안보에 큰 해가 되지 않는 한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게 온당하다. 실제로 이 협정은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체결 직전까지 갔다 밀실처리 논란 때문에 물거품이 됐던 사안이다. 양국 정부 모두 협정의 필요성을 이미 인정했다는 의미다.

 안보와 역사 문제를 분리해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은 실리를 중시하는 현실적 접근방안이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는 앞으로 다양한 한·일 군사협력 방안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