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다시 보자" 현 기법으론 기업실상 파악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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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행 재무제표를 기초로 산출된 기업의 이익은 기업분석 지표로 더 이상의 가치가 없다."

미국 최고재무담당자(CFO) 협회에서 발간하는 AFP 최근호에 실린 내용의 일부다. 재무제표를 통해 얻어진 영업.경상.당기순이익으로는 부실징후와 분식결산.기업가치를 파악할 수 없고, 나아가 기업의 미래가치 추정에도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현금흐름표로 구성된 기존 재무제표에 대한 한계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이를 보완 또는 대체할 수 있는 새 회계 분석도구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한계 드러낸 기존 재무제표=손익계산서의 경상이익은 경영성과 측정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유가증권 손익.스톡옵션 비용 등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거나 일회성이 강한 손익을 포함하기 때문에 경영성과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경상이익을 많이 냈더라도 정상적인 영업활동은 부진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차대조표의 자산은 현금화가 잘 되면 유동자산, 잘 안되면 고정자산으로 분류한다. 그래서 토지나 건물은 고정자산으로 분류하지만 이를 매각한 뒤 다시 임대해 사용할 경우 매각대금에서 임대비용을 뺀 만큼은 유동자산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유동자산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유동비율(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것)의 유용성이 크게 줄었고, 주당순이익(PER).자기자본이익률(ROE) 등도 마찬가지로 의미가 반감되고 있다.

새로운 분석기법 속속 개발=최근 개발되고 있는 분석기법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경영활동인 핵심활동과 비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분리하고 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해부터 이같은 기준을 적용한 '핵심이익평가방식'이란 기업평가시스템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있다.

국내 신용 위험 컨설팅업체인 리스크컨설팅코리아가 개발한 '핵심경영활동 중심 기업분석방법(크레모)'도 비슷하게 고안된 분석도구 중 하나다. 현행 손익계산서는 매출총이익.영업이익.경상이익 등으로 구성돼 있으나 크레모는 모든 계정을 정상 경영활동과 특수경영활동으로 나누고, 정상 경영활동은 다시 영업활동과 비영업활동으로 나눈다. 이에 따라 현행 손익계산서에서 경상이익을 산출하는 데 포함되는 유가증권손익.스톡옵션비용.구조조정 손익 등이 모두 특수 경영활동에 포함돼 정상활동이익에서 제외된다.

KT의 올 1분기 경상이익은 손익계산서에 1조3천3백67억원으로 돼 있지만 크레모의 새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정상 활동이익은 6천7백85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같은 기간 현대상선의 경상이익은 1천3백97억원 손실에서 크레모의 정상 활동이익은 3백40억원으로 감소한다.

이밖에 크레모는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영업활동과 관련없는 항목을 제외하고 매출과 연관된 현금흐름만 별도로 파악할 수 있다. 유동비율.당좌비율 대신에 단기간 내에 자금화할 수 있는 자금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재무탄력성 자산'이란 개념도 사용한다.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이정조 사장은 "기업의 변화가 빠르고 영업외 활동이 늘고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한 새로운 분석도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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