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를 버티게 한 주문 … “언젠가는 괜찮아질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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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 김연아가 삼성 주최 ‘플레이 더 챌린지 토크콘서트’에서 강연자로 대중 앞에 나섰다. 김연아는 장난스런 표정과 털털한 자세로 청중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력을 담담히 들려줬다. [사진 삼성]

‘피겨 여왕’ 김연아(25)가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섰다. 비록 아이스링크는 아니었지만 무대 위에서 자신의 성장 과정과 도전 정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연아는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삼성 주최 ‘플레이 더 챌린지(Play the challenge) 토크콘서트’에서 강연자로 나섰다. 삼성이 주최한 이 행사는 각계 명사들이 20·3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도전의 의미와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5000여명의 관객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으며 무대에 등장한 김연아는 사회를 맡은 가수 윤종신과 대화 형식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지난해 5월 아이스쇼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김연아는 최근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대사 활동과 후배 지도로 여전히 바쁘다고 했다. 김연아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것을 이야기하겠다. 가볍게 들어달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때로는 장난스런 표정과 털털한 자세로 분위기를 가볍게 했지만 피겨 여왕이 되기까지의 경험과 노력을 청중들에게 담담히 들려줬다.

 17년동안 피겨 선수 생활을 한 김연아는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좋은 기억은 순간 뿐이다. 한 대회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도 길고 힘들었다. 부상도 잦았고, 육체적으로도,심적으로도 슬럼프가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중학생 때와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직후를 떠올렸다. 그는 “중학생 땐 성장기여서 몸이 많이 변할 때였다. 스케이트화도 잘 안 맞아서 자주 바꿨다. 그 때마다 엄마랑 자주 싸웠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는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이룬 뒤여서 허탈감이 컸다. 동기 부여가 안 돼서 다음 시합에 안 나가겠다고 떼를 썼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피겨 여왕’으로 끝까지 남을 수 있었던 건 도전의식과 끈기 덕분이었다. 그는 “고난과 슬럼프는 마음만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게 아니더라. 어렸을 땐 화도 내고 울기도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언젠가는 괜찮아질거야’라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이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고려대 체육대학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그는 학업에 매진하면서도 피겨 스케이팅과의 인연은 놓지 않았다. 김연아는 “최근엔 후배 선수들의 안무 연기를 봐주고 있다. 그래서 태릉선수촌에 자주 간다”고 말했다. “아직 여행다운 여행을 못 갔다”는 김연아는 “후배 선수들을 도와주는 게 당장 앞에 놓인 과제”라 고 했다.

 김연아는 “어떤 일에 도전하는 건 쉬운 게 아니다. 그래도 용기를 갖고 도전하면 언젠가는 보람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도전만 할 것이 아니라 노력하고, 집중하고, 몰입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성공적인 도전이었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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