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풀벌레·별빛 등 자연을 깔끔하게 묘사|「병실…」=삶을 포기할 수 없는 의지 뜨겁게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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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시를 쓰는 마음처럼 아름답고 소중한 것도 없을 것이다.
어떤 사물들과도 허식 없이 만나며 사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비디한 현실과 신비의 색채를 한데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심은 가늘고 섬세하다. 거기에 무엇이든 닿으면 소리를 낸다. 다만 그 소리가 거죽에서 나는 소리인가, 속 깊은 곳으로부터 울려 나오는 소리인가에 따라 감동의 파장이 길고 짧을 뿐이다.
『가을밤』은 그대로 시경일수 있는 가을밤의 정경을 잘 그려내고 있다. 풀벌레 소리를 배경으로 한 외로움의 한 모습과 바람을 담으며 멀리 혹은 높이 주는 눈의 거리, 그리고 마주치는 황홀한 별빛들을 차마 그대로만은 볼 수 없어 눈을 감아버리는 작자의 심경은 어떤 신비경에 접하고 있다. 어렵지 않게 씌어진 깔끔한 작품이라 하겠다.
『병실, 내 침대에서』는 병고와 싸우는 작자의 심경과 의지가 잘 나타나있다.

<인생아 님 위한 진주 눈물 없이 맺을까>와 같이 삶에 대한 의지와 염원이 너무 간절하다. 병실에 누워있는 작자의 심경과 의지가 뜨겁게 전달되는 작품이다. 어떤 경우도 삶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며 뜻이 있는 한 병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쾌유를 빈다.
『일막 삼장』은 제목 그대로 인생을 연극에 비유한 작품이다.
어쩌면 인간은 인생이라는 가설 무대에서 홀로 바람 타기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대로 인생의 한 단면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 인생은 연극보다 복잡하고 재미있다고 한다. 하여 극적 요소도 기대해 보았으나 가설 무대 정도로 끝나고 있으며 왜 일막 삼장인가가 뚜렷하지가 않다. 인생은 꼭 일막 삼장만은 아닌 것이다.
『목포』는 남단의 항구 정경이 잘 그려져 있다. <김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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