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닌 러 철도공사 사장 "북한, 한반도종단철도 개통에 긍정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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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이바노비치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은 28일 “북한의 철도 담당 기관 이상의 상위 수준에서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에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야쿠닌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야쿠닌 사장은 “한반도종단철도의 지선으로 나진항에서 시작해 동해를 따라 남한으로 오는 노선을 북한과 합의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실제적인 접근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횡단철도가 연결되면 한국과 북한 물론 전 세계적인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원선(서울~원산) 복원에도 협조할 뜻을 밝혔다.야쿠닌 사장은 “비무장지대를 가로지르는 경원선은 미래에 한반도종단철도의 일부가 될 것으로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북한과 만날 때 한국의 경원선 복원사업에 대해 내용을 전달할 것이고 긍정적 답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 7월말부터 경원선 남측 구간(8.5㎞)의 복원에 나설 계획이다.

야쿠닌 사장은 “한반도종단철도는 한국 정부가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미 가동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OSJD 사장단은 27일 회의에서 한반도종단철도 연결을 지지하는 내용의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OSJD는 러시아, 중국, 북한을 비롯해 유라시아 철도망의 28개국 정부 및 철도 운영기관으로 구성된 철도 협력체다.

한국은 OSJD 정회원 가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야쿠닌 사장은 “OSJD 정관상 만장일치로 가입승인을 해야 하는데, 북한은 이 안건 상정 자체를 반대한다”면서도 “한국의 가입은 시간문제고,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으로서도 한국의 가입에 긍정적인 입장이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국의 정회원 가입여부는 다음달 2∼5일 몽골에서 열리는 제43차 OSJD 장관 회의 안건으로 상정된다.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도 요청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수출 화물을 북한 나진항으로 끌어들여 나진~하산 구간 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이용해 유럽까지 운송하는 복합 물류ㆍ운송 사업이다. 포스코ㆍ현대상선ㆍ코레일 등 3사로 구성된 한국 기업 컨소시엄은 2008년 러시아와 북한이 7대 3 비율로 출자해 세운 합작기업인 ‘라손콘트란스’의 러시아 측 지분 49%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야쿠닌 사장은 “북한은 한국이 러시아를 통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허용했다”라며 “러시아는 나진~하산 철도망 현대화와 나진항 터미널을 짓는데 3억5000만 달러를 들였는데 한국은 아직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야쿠닌 사장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도 한국이 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철도공사는 세계 최대의 철도회사 중 하나로 운행 중인 철도 노선의 총연장은 8만5300㎞다. 지난해 하루 평균 열차 500대로 20만 명 이상의 탑승객을 실어날랐다. 야쿠닌 사장은 2005년부터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을 맡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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