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한 절도범…출근하던 담당형사와 우연히 마주쳐 덜미

중앙일보

입력

스마트폰을 훔친 60대 남성이 경찰서로 출근하던 도난 사건 담당 형사와 우연히 마주쳐 현장에서 체포당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시가 10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훔친 혐의로 권모(6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20일 오전 2시 30분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센트럴시티터미널 호남선 대합실에서 박모(55)씨가 충전을 위해 기둥 콘센트에 꽂아둔 스마트폰을 훔쳤다. 지방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온 피해자가 스마트폰을 충전시켜 놓고 깜빡 조는 틈을 노려 스마트폰을 들고 달아난 것이다.

그러나 이틀 후, 권씨는 우연히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와 지하철역에서 마주치는 불운을 겪었다.

앞서 신고를 접수한 서초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은 김흥남(48) 경위는 현장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해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걸음걸이 등을 파악했다. 그리고 22일 오전 8시 40분쯤 경찰서로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 7호선 고속터미널역을 이용하던 중 에스컬레이터에서 용의자와 비슷한 사람과 우연히 스쳐 지나갔다. 인상착의와 걸음걸이 등이 폐쇄회로TV(CCTV) 영상에서 본 그대로 였다. 즉시 뒤따라가 검문검색을 실시한 김 경위는 권씨가 절도범임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체포했다.

권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했고, 사업실패로 생활고를 겪으며 떠돌이 생활을 하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권씨가 훔친 스마트폰도 다시 피해자에게 돌아갔다.

경찰 관계자는 “터미널 뿐 아니라 카페ㆍ식당ㆍ병원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에서 휴대폰을 충전해두는 경우가 많은데 절도 범행의 표적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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