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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고장 나면 끝? 스스로 해법 찾는 로봇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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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다리 하나를 잃어도 뛸 수 있는 동물(왼쪽 사진)처럼 고장 난 로봇이 스스로 대안을 찾게 하는 기술이 프랑스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사진 소르본 대학]

공상과학(SF) 영화 ‘터미네이터’에는 미래에서 온 ‘킬러 로봇’이 등장한다. 이 로봇은 팔·다리가 고장 나도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런 로봇을 찾기 힘들다. 대부분의 로봇은 조금만 고장 나도 오작동을 하거나 아예 꼼짝 못한다. 반면 사고로 다리 하나를 잃은 동물은 절룩거리긴 해도 나머지 다리로 뛰어다닌다. 주어진 상황에 맞는 대처법을 찾아내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에게 이런 능력을 갖게 할 수는 없을까.

 프랑스 소르본대 연구팀이 그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로봇·인공지능을 전공하는 박사과정 학생인 앙투안 큘리 등은 로봇이 고장 나면 스스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대처법을 찾아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오른 논문을 통해서다.

 연구팀은 6개의 다리를 가진 곤충형 로봇에 이 기술을 적용했다. 이 로봇은 카메라로 공간을 인식하고 18개의 모터로 다리를 움직인다. 가능한 걸음 방법이 총 1만3000개다. 연구팀은 이 로봇을 다양한 형태로 고장 냈다. 다리 하나의 길이를 반쪽으로 만들거나 전원 연결을 끊었다. 다리 한 개나 두 개를 아예 없애기도 했다. 이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일직선을 걷도록 했다. 로봇은 처음에는 엉뚱한 방향으로 걷거나 제자리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곧 자신이 알고 있는 걸음법 중 고장 상황에 가장 적절한 걸음법을 찾아냈다. 새 걸음법을 찾는 데 2분을 넘기지 않았다.

 연구팀은 같은 기술을 길이 62㎝짜리 로봇팔에도 적용했다. 이 로봇에게 공을 집어 빈 통에 넣는 임무를 준 뒤, 총 8개의 관절 중 일부를 고장 냈다. 처음에는 공을 넣지 못했지만, 곧 고장 난 관절을 제외한 나머지 관절 각도를 바꿔 공을 넣는 데 성공했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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