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마디] 자기 내면의 음성을 들어본 적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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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 속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단 한 마리의, 자기 자신의 새가 있다.”
-헤르만 헤세의 『차라투스트라의 귀환』중에서

정여울 작가의 『헤세로 가는 길』(아르테)을 읽다가 만난 구절입니다. 헤세는 자기 안에 있는 새에 대해 말했습니다. 저는 그게 '내면의 음성'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음성을 들어본 적이 없으시다고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우리는 그 새를 잊은 채, 허덕대며 살아가기 일쑤니까요. 역사 속의 현자들은 말합니다. 내면의 새 소리, 그걸 들으려면 자신이 먼저 고요해지라고 말입니다. 일상의 명상도, 종교의 기도도 실은 이 '음성'을 듣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참 묘합니다. '나의 고집, 나의 목소리'가 강할 때는 이 새 소리가 들리지 않거든요. 새 소리는 늘 '나의 목소리'가 꺾이고 스러질 때, 비로소 들려옵니다. 그러니 가슴에 귀를 기울인다는 건, 나의 소리를 무너뜨리는 일이기도 하네요. 그래야 삐릭, 삐리릭~, 새 소리가 들릴테니 말입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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