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비로 주식투자하고 장난감 구매까지…국립대 교수들 천태만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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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A교수는 20개 국책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연구비로 8억734만원을 받았다. A교수는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들이 인건비를 받는 통장을 직접 관리하며, 연구비로 주식투자를 해왔다. 이 교수가 2010년 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연구원 명의의 계좌에 입금된 연구비(3억800만원) 가운데 주식투자로 사용한 액수만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연구목적으로 받은 연구비 대부분을 재산을 불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셈이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된 A교수는 “자신이 구상 중인 벤처사업의 출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연구원들의 동의 하에 연구비를 사용한 것으로 은행은 금리가 낮고 자신이 주식투자에 자신이 있어 주식투자를 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해당 교수를 파면할 것을 교육부에 요청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국립대학 교수들이 국책 연구를 수행하며 연구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014년 9월15일부터 10월17일까지 서울대학교 등 12개 국립대학을 대상으로 ‘국가 R&D 참여연구원 관리실태’ 감사를 벌인 결과 연구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교수 등 19명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26일 밝혔다.

교수들이 연구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주요 수법은 연구원 허위등록이다. 실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을 허위연구원으로 등록하고 인건비 등을 자신이 챙기는 방법이다. 연구원들의 인건비 통장을 직접 관리하며 사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북대학교 B교수는 참여연구원 48명의 연구비 통장을 직접 관리했다. 이중 11명은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허위로 등록했다. B교수는 연구원으로 등록한 대학원생 등에게 지급된 인건비 10억3000만원 중 5억8000만원을 용도 불명하게 사용했다. B교수는 감사에 들어가자 연구원으로 참여했던 대학원들에게 “감사관은 CCTV를 확인할 수 없으니 안심해라”, “감사가 시작되었으니 너희들 어디 숨어 있는 것이 낫지 않겠냐” 등의 말을 하며 감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전북대의 다른 C교수도 같은 방식으로 2억5000만원을 용도 불명하게 사용했다.

연구비를 생활비로 사용한 경우도 감사원에 적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 D부교수는 연구비 계좌로 체크 카드를 발급 받아 일부를 자신의 생활비로 썼다. D부교수가 부적절하게 사용한 항목에는 자신의 집에서 피자를 배달시켜 먹거나 해외에서 장난감을 구입한 항목도 있었다. D교수는 이밖에 개인 항공료와 본인 사택의 월세 등을 연구비로 내게 했다. D교수가 연구비로 받은 6억2900만원 중 개인용도로 사용한 액수는 3615만원이었다.

강원대 E교수는 연구원들에게 인건비 등이 입금되는 계좌로 체크카드를 만들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딸 병원 진료비와 콘택트렌즈 구입에 연구비를 사용했다. 개인적으로 사용한 액수는 605만원이었다.

감사원은 이밖에 서울대 등에서 연구비 부당사용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19명의 징계를 요청하는 등 총 32건의 감사 결과를 시행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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