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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생활하수가 45분 만에 식수로 콸콸 거부감 씻어낼 브랜딩 기술 필요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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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호 10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폐수 정수시설의 필터링 막에서 물이 쏟아지고 있다. 필터링 막(작은사진)은 0.2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불순물, 박테리아, 물속의 원생동물을 걸러낼 수 있다. [사진 스튜어트 팰리]
1 오렌지카운티 정수시설 탱크에 라임을 넣어 처리하는 모습. 이렇게 처리된 물은 땅 속 지하수와 섞여 식수로 공급된다. [사진 스튜어트 팰리] 2 오렌지카운티 상하수도 부문 마이크 마커스 국장이 역삼투에 쓰이는 막을 들고 있다. [사진 존 슈왈츠, 뉴욕타임스] 3 오렌지카운티 폐수 정수시설에서 처리된 식수. 이 물은 일반 가정집에서 나오는 수돗물이나 브랜드 생수보다 더 깨끗하다고 한다. [사진 존 슈왈츠, 뉴욕타임스]

45분.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한 폐수처리시설에서 오염된 폐수가 맑은 물로 다시 태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정수 과정을 거쳐 쏟아지는 물은 일반 가정에서 받아 마시는 수돗물이나 브랜드 생수만큼 깨끗하다.

미 캘리포니아 물 재활용

 캘리포니아주는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물과 관련된 규제를 새로 도입하며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제까지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로 거부된 아이디어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그중 하나가 캘리포니아 주민이 사용한 물을 다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다.

오렌지카운티 2008년 특수 정수시설 갖춰
재활용한 물은 보통 관개용수로 사용된다. 캘리포니아 소도시에선 흔히 보는 보라색 파이프를 통해 재활용한 물을 골프장·동물원·농장에 공급한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남서부 17개 도시의 물 공급을 책임지는 서부 도시상수도지구(The West Basin Municipal Water District)는 관개뿐 아니라 고층 건물이나 보일러 냉각 등 다섯 가지 용도에 따라 재활용수를 생산한다.

 문제는 식수다. 주민에게 재활용한 물을 마시도록 하려면 소위 ‘역겨운 요소(the yuck factor)’라 부르는 심리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기술적인 면이 아니라 마케팅적인 측면이 더 큰 도전 과제인 것이다.

 이미 1990년대 샌디에이고와 로스앤젤레스시에서는 재활용한 물을 식수로 사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었다. 그러나 일부 사회운동가들에게 ‘화장실 물이 수돗물로(toilet to tap)’ 되는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저항에 부닥쳤다. 로스앤젤레스시는 당시 5500만 달러를 들여 정수시설을 지었다. 하지만 물은 관개용수로만 사용될 뿐 식수로는 언감생심이었다.

미세필터링 기능으로 물 오염물질 걸러내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특수 정수시설은 4억8100만 달러가 투입돼 2008년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정수한 물을 곧바로 식수처리시설로 보내는 대신 땅밑으로 내보내 지하수와 섞이도록 한다. 이런 자연적인 처리 과정은 시민에게 재활용수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완충 역할을 했다. 재활용 식수에 대한 주민 인식이 조금씩 달라진 것이다.

 3년째 계속되는 가뭄으로 오렌지카운티는 특수 정수시설 용량을 40%가량 늘렸고, 이제 이곳에서 하루 1억 갤런의 재활용 물을 정수하고 있다. 나아가 일 처리용량을 1억3000만 갤런으로 늘리는 추가 확장계획도 논의 중이다.

 오렌지카운티의 성공을 본 다른 주 역시 폐수를 재활용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가뭄으로 고통받는 텍사스의 일부 시는 정수한 재활용수를 그대로 수돗물로 사용한다. 지난해 11월, 샌디에이고 시의회는 약 29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2035년까지 시에서 사용하는 물의 3분의 1을 재활용수로 공급하는 안을 표결했다. 로스앤젤레스시도 2024년까지 총 수돗물 수요의 25% 이상을 재활용수와 빗물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시민 설득에 나섰다. 로스앤젤레스 상수도전력국장 마티 애덤스는 “2000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다수의 시민이 이런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오렌지카운티를 포함한 특수 정수시설은 0.2마이크로(100만 분의 1)미터까지 걸러낼 수 있는 미세필터링 기능을 갖추고 있다. 물을 오염시키는 거의 모든 부유물과 박테리아, 원생동물을 걸러낼 수 있는 수준이다. 미세필터링 이후에도 역삼투 과정을 한 번 더 거친다. 물에 들어 있는 바이러스·약품 등 불순물을 촘촘한 막을 통과시켜 걸러낸다. 또 물을 강한 자외선과 과산화수소에 노출하면서 살균 효과를 높이고 유해 화합물을 중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판단과 의사결정 소사이어티(The Society for Judgment and Decision Making)’ 저널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과정에도 13%에 달하는 미국인은 재활용수를 마셔보는 것조차도 거절하겠다고 했다. 오리건대 심리학과의 폴 슬로빅 교수는 시민들이 재활용수 음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브랜딩 문제라고 본다. 사람들이 위험도를 감정에 기반해 판단하기 때문에 사회운동가들이 주창한 ‘화장실 물이 수돗물로’ 같은 구호가 과학적인 설명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물 산업은 재활용수 마케팅에 미숙했다”며 “재활용수의 장점과 필요성을 부각시키면 소비자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재활용수 많이 사용
물 재활용 분야 전문가인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 조지 코바노글루스 명예교수는 폐수가 재처리된 식수에 대해 시민들이 까다롭게 반응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기본적인 사실을 무시한 반응이라고 지적한다. 코바노글루스는 “결국 물은 물일 뿐”이라며 “강 하구 쪽에 사는 사람은 지금도 재활용된 물을 마시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활용수를 가장 활발히 사용하는 곳은 바로 국제우주정거장이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수분은 물론, 사람의 숨과 땀까지 빨아들인 후 정화시켜 식수로 공급한다. 2010년 국제우주정거장의 지휘관으로 복무한 더글러스 윌락 대령은 “난 그 물을 6개월 동안 마셨는데 의외로 꽤 맛있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함께 있던 동료들은 “어제 우리가 마신 커피가 바로 내일 우리가 마실 커피”라며 농담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고 한다.

번역=김지윤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kim.j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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