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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30년 뒤엔 인간 능력 추월 … 친구냐 적이냐 갈림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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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호 08면

영화 ‘어벤져스2’ 발표.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울트론’

소코비아에 있는 테러집단 히드라 기지를 소탕하고 돌아온 어벤져스 군단. 어벤져스의 일원인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인공지능 울트론을 만든다. 하지만 울트론은 어벤져스가 사라져야 지구 평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믿고 어벤져스에 역습을 가한다. 울트론은 전 세계 정보망을 장악하기도 하고 수많은 전쟁 로봇을 만들어 내면서 어벤져스와 시민을 공격한다. 어벤져스는 또 다른 인공지능 ‘비전’의 도움을 받아 울트론을 물리친다.

어벤져스2로 관심, 인공지능의 도전과 한계

 영화 어벤져스2에 1000만 명이 넘는 국내 관객이 몰리면서 영화의 핵심 내용인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영화는 이런저런 의문을 남긴다. 과연 인간을 능가하는 AI가 등장할까, AI는 인류의 행복에 보탬이 될까, 아니면 인류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들 것인가.

뇌졸중 진단, AI가 의사보다 빨라
과학 사이트인 사이언스 데일리는 최근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이 컴퓨터 AI 기술에 바탕을 둔 급성 뇌졸중 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80~100개 정도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읽고 환자가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인지,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인지 구분해 냈다. 진단의 정확도는 90%로 전문의가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진단에 걸리는 시간은 3분으로 보통 10~15분 걸리는 전문의보다 훨씬 빠르다. 뇌졸중 증세 시작 후 3시간 내에 치료해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AI 기술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I는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야금야금 인류의 아성을 깨뜨리고 있다. 비록 부분적이긴 하지만 1997년엔 AI가 인간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실례도 나타났다. IBM이 만든 체스 컴퓨터 ‘딥 블루(Deep Blue)’가 당시 세계 체스챔피언인 러시아의 게리 카스파로프와 여섯 차례 대국 끝에 2승 3무1패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70만 개가 넘는 최정상급 대국 기록을 기억한 덕분에 상황에 따라 20수 앞까지 내다보는 능력을 가졌던 것이다.

 2011년엔 IBM이 만든 컴퓨터 ‘왓슨(Watson)’이 미국의 TV 퀴즈쇼 ‘제오파디’에 출연해 역대 퀴즈챔피언들을 물리쳤다. 74연승을 기록한 퀴즈왕 켄 제닝스도 왓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틀 동안 왓슨이 7만7147달러의 상금을 벌어들인 반면 제닝스는 2만4000달러에 그쳤다. 왓슨 승리는 강력한 컴퓨터 하드웨어에 인터넷의 온갖 정보를 가미한 결과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I가 아직까지는 주어진 문제만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장병탁 교수는 “AI가 기술적으론 인간을 부분적으로 능가하고는 있지만 일반적이고 전반적인 지능(general intelligence)은 아직 인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구글은 유튜브에 올라온 1000만 개 동영상 중에서 고양이 영상을 가려내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고양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이미지 자체를 분석해 약 75%의 성공률로 고양이를 찾아냈다. 지난해 페이스북은 ‘딥 페이스’란 AI기술을 개발했다. 컴퓨터가 사람 얼굴의 특징을 분석한 다음 다른 사진을 보고 동일인임을 가려내는 기술이다. 이 AI 기술의 정확도(97.25%)는 사람(97.53%)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올 들어서는 구글의 자회사인 ‘딥 마인드’가 ‘딥 Q네트워크’라는 AI 비디오 게이머를 공개했다. 게임을 하는 AI 시스템으로 49개의 비디오 게임 방법을 스스로 익혀 그중 29개 게임에서 사람보다 높은 점수를 올렸다. 눈부신 발달의 바탕에는 기계 학습이 있다. 컴퓨터가 스스로 무언가를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다. 주어진 자료를 분석해 일반화된 법칙을 이끌어 낸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심화학습(deep learning)’ 방식도 동원된다. 구글의 고양이 찾기 AI가 여기에 해당한다. 단순한 분석이 아니라 논리적 분석틀이 다층구조로 이뤄져 있고 추상적인 정보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엄청난 연산 속도를 가진 컴퓨터 하드웨어와 인터넷 정보 등 빅 데이터 덕분에 가능해졌다.

 일부에서는 초당 100경(京)번씩 수학 연산을 수행하는 엑사플롭(exaflop)급 수퍼컴퓨터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 30년 후에는 양자컴퓨터도 등장해 기존 컴퓨터보다 수조 배 빠른 연산속도를 자랑하면서도 전력 사용을 대폭 줄이게 된다. 2030년쯤에는 인류의 모든 지식이 온라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후엔 신문기사도 AI가 작성
지난달부터 일본 도쿄의 한 백화점에는 기모노를 입은 여성 모습의 로봇이 손님을 맞았다. 로봇은 이제 AI 덕분에 손님의 감정을 읽고 손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나가사키현 소재 테마파크인 하우스텐보스의 호텔에서는 조만간 안내직원·웨이터·청소원 중 일부를 로봇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이처럼 기업들은 앞다퉈 고객센터의 직원을 로봇이나 가상직원으로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 조종사는 무인비행 기술에, 택시기사는 자율주행차 기술에 밀려날 수도 있다.

 언론사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10년쯤 뒤에는 기사의 90%를 AI가 작성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또 20~30년 내에 사람들은 AI가 만든 노래를 흥얼거리고, 이것이 히트곡이 될 수도 있다. 흉부외과와 정형외과 등 복잡한 수술도 로봇이 맡는 사례가 보편화될 전망이다.

 AI의 발전으로 인류가 빈곤과 질병에서 해방되고 재난에서 안전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반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단순작업뿐만 아니라 고학력과 창의력,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직업조차도 인공지능에 빼앗기게 될 상황이다. 자칫 방심했다간 AI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20년 뒤에는 일자리의 30%가, 2050년쯤에는 50%가 AI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인 빌 게이츠는 미국 정보공유사이트 레딧(Reddit)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AI의 능력이 지나치게 커지면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서울대 장병탁 교수는 “AI로 인해 일자리가 위협받게 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며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 타이프라이터가 위협을 받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 같은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초지능 등장 시기엔 학자들 의견 갈려
세계 각국의 AI 개발 경쟁이 치열해 관련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의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 즉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시점을 2045년으로 예측했다. 30년 후에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 등장할 것이란 얘기다. 초지능이란 가장 뛰어난 인간의 두뇌보다 과학적 창의력과 일반적인 지혜, 사회적 능력 등을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훨씬 똑똑한 지능을 말한다.

 하지만 초지능이 언제 등장할 것인지는 과학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KIST 지능로봇사업단의 김문상 단장은 “기술적 특이점이 관점에 따라 가능할 수도, 불가능할 수도 있다”며 “인간의 뇌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걸 먼저 알아야 초지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랩 하정우 연구원(전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 연구원)도 “어벤져스에 나오는 초지능 로봇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작은 부피의 메모리에 엄청난 데이터를 집어넣어야 하고, 에너지 공급과 열 발생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기술적 특이점을 지나면 상황은 급변하게 된다. 영국 옥스퍼드대 미래인간성연구소장인 닉 보스트롬은 지난해 펴낸 초지능에서 “AI가 인간지능을 능가하는 순간 로봇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봇이 스스로 로봇을 만들어 내고, 그 로봇에게 명령을 내리는 미래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벤져스2에서 울트론이 전투 로봇을 만들어 내는 장면이 그런 상상의 한 단초다. 만일 초지능과 결부돼 전쟁 로봇까지 등장하고, 로봇이 사람을 죽이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AI 개발을 둘러싼 윤리 문제가 대두되는 이유다.

 2012년 영국 케임브리지대는 ‘실존 위기 연구센터’를 개설했다. AI를 가진 기계가 실제로 인간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지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려는 시도다. 결국 초지능을 포함한 AI가 적이 될지, 친구가 될지는 앞으로 우리 인류가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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