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쥐들의 달리기서 일등해봤자 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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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어느날 문득 발견한 행복 /
내 생의 가장 완벽한 순간

애너 퀸들런 지음/
공경희.유혜경 옮김, 뜨인돌

"난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아니, 석사 학위도 없어요… 난 경제나 우주에 대해 모릅니다…난 착한 세 아이의 좋은 엄마입니다. 바깥 일이 아무리 급해도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으려고 노력하며 삽니다. 나는 남편에게 좋은 친구입니다. 결혼식 때 서약한 내용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나는 친구들에게 좋은 친구이고, 그들은 내게 좋은 친구들입니다."

이런 평범한 여인이 아주 간단하지만 가장 중요한 충고를 합니다.

"인생을 제대로 살라. 승진이니 고액 연봉, 넓은 집에 목을 매달고 사는 삶이 아닌 진짜 인생을 살란 뜻이다… 이제 사람들은 영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영혼을 생각하고 사느니 이력서에 자랑스럽게 쓸 일을 하는 편이 쉽겠지요. 하지만 추운 겨울날 이력서는 위로가 되지 못합니다. 슬프거나 낙심할 때, 쓸쓸할 때, 흉부 X레이를 찍었는데 결과가 좋지 못할 때 자랑스러운 이력서는 우리에게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요컨대 삶과 일을 구분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꼬집습니다. "죽어가면서,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쥐들의 달리기 경주에서 일등을 한다 해도 여전히 쥐다."

지은이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인생을 쥐고 있는 사람은 여러분 각자입니다… 모래언덕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에 물결이 일렁이는 광경을 볼 수 있는 삶을 살기 바랍니다… 기어오다가 과자를 집는 데 온 정신을 쏟는 아기에게 관심을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혼자가 아닌 삶을 살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랑은 한가한 도락이 아니라 일임을 염두에 두십시오."

유행과 매스컴이 전하는 사회 변화, 주변의 기대에 맞추려는 노력은 부질없다고 지적합니다. 완벽한 어머니, 빈틈없는 직장인이기를 포기하랍니다. 완벽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매일같이 벽돌을 가득 채운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것과 같답니다. "완벽해진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지만 또 그만큼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갈파합니다.

뉴욕 타임스에 칼럼을 썼던 지은이는 조지 엘리엇의 말을 인용해 마무리합니다. "지금이라도 원래 되고 싶었던 다른 모습의 당신이 되는 것은 절대 늦지 않다"며 그렇다고 절대 이른 것도 아니니 벽돌이 든 배낭을 내려놓고 매일매일 깃털처럼 가벼운 느낌을 만끽해 보라고 권합니다.

두 권 모두 100쪽이 못 되는 얄팍한 책입니다. 그러나 가볍지 않은 내용을 담았습니다. 너나없이 새 출발의 의지를 다지는 새해 벽두에 읽을 만합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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