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기록의 유엔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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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회상하기조차 끔찍한 북한의 아웅산 만행이 그 1주년을 며칠 앞두고 다시 세계의 화제로 등장했다.
버마정부가 사건 전모에 대한 조사및 처리 결과를 제39차 유엔총회에 공식문서로 제출한 것이다.
유엔은 이를 접수하여 1백59개 회원국에 배포하는 한편 3일부터 5일까지 계속되는 제6위원회(법률위)의 토의에 부쳤다.
이로써 해외에서 동족을 상대로 벌인 북괴의 잔인무도하고 불법적인 테러행위가 다시 한번 세계 앞에 폭로되어 지금 국제적인 심판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관계 기록은 유엔의 공식문서로 영구보관케 된다.
핏줄과 역사를 같이해온 우리로서는 이같은 결과를 한없이 부끄럽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행위는 비록 북괴에 의해 저질러졌지만 후세에 길이 남을 그 치욕과 불명예에 대한 대가는 우리 한민족 모두가 함께 부담하고 지불해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버마정부는 이 문서에서 아웅산사건은 「북한당국의 명령」에 따라 북한인에 의해, 국제법의 보호를 받아야할 한국관리를 대상으로하여 자행됐음을 거듭 명백히 하고, 이것은『국제적인평화·안정·복지를위한 제도자체를 파괴한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사건을 조사·처리하는 과정에서 버마당국은 피해국인 한국을 포함한 어떠한 외부의 간섭도 배제하고 약1개월에 걸쳐 철저하고 세밀하게 진행했다.
따라서 그 결과는 누구나 승복할수 있는 객관적이고도 정확하고 공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그후 계속하여 이를 한국과 버마가 공모하여 날조한 자작극이라고 의전하여 책임을 전가해왔고, 이번에 다시 그같은 내용의 반대 문서를 유엔에 제출할것이라 한다.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오히려 그 미숙한 행위는 가련하기조차 하다.
제3국에 의해 명백한 증거로 백일하에 드러난 사실을 어떻게 호도하려는 것인가.
김정일 일당의 일부 무모한 강경파의 소행을 감추려 든다면 그책임은 결국 김일성을 포함한 평양정권 전체가 뒤집어 쓰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평양측은 명심해야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빨리 사실과 책임을 시인하고 관계자를 엄벌하는 한편 공개사과하고 다시는 그같은 행위를 재범치 않겠다고 약속해야한다.
주범이 김정일로 밝혀진 이상 이것은 최고 책임자인 김일성 자신이 나서지 않고는 해결될수 없는일이다.
그러한 절차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입으로 평화를 떠들고 대화를 외친다해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평양이 국제테러 수출의 진원지라는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드러난 사실이다.
북한은 더 이상 그같은 전근대적이고 야만적인 작태에 안주하지말고 평화와 발전을 지향하는 오늘의 세계 조류에 합류하여 우리와 함께 민족사를 개척해 나가는 대업에 참여해야한다.
그것은 먼저 대화의 광장에 나와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우리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로 시작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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