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의사 김만유씨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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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평양에 1300 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지어 기증했던 재일동포 의사 김만유(사진) 니시아라이 병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91세.

병원 관계자는 "김 원장이 호흡부전으로 병원에서 별세했으며 장례는 비공개리에 가족장으로 치렀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변옥배씨와 6남4녀가 있다.

조총련계인 김 원장은 1986년 평양 문수거리의 대동강변에 22억엔을 들여 현대식 병원을 지었고 북한 당국은 그의 이름을 따 '김만유 병원'이라 이름붙였다. 김 원장은 북한 유수의 의료 시설인 이 병원이 완공된 뒤 당국으로부터 '인민의사'라는 칭호를 받았다.

김 원장은 96년에는 식량난에 빠진 북한 동포를 위해 쌀 1000t을 기증하고 나진.선봉 지구 경제특구에도 거액을 투자했다. 그는 김일성 주석과 각별한 교분을 쌓았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가까운 관계였다.

한 관계자는 "북한 정부에서도 조전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제주도 모슬포 출신인 김원장은 17세 때인 31년 항일운동에 가담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서울에서 일제를 규탄하는 격문을 뿌리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1년9개월 동안 복역했다.

36년 일본으로 건너가 의대를 졸업한 뒤 도쿄 아다치구에 니시아라이 병원을 세워 재산을 모았다. 간호전문대학을 거느릴 만큼 병원이 성장했으나 김 원장은 노년에도 청진기를 들고 직접 진찰을 했다.

김 원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제주도를 방문해 망향의 꿈을 이뤘고 자서전을 국내에서 출판하기도 했다. 병원 측은 21일 도쿄에서 고인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열기로 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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