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확대가 국민연금 50%보다 더 큰 세금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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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기초연금 지급 대상 범위를 현재의 소득 하위 70%에서 90~95%로 넓히자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국민 부담은 생각하지 않은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그 정도로 확대할 경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현재는 40%)로 올리는 것보다 재정적 부담이 훨씬 커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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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초연금 수급자를 90% 늘리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를 없애버리면 소득대체율 50%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연금법 처리의 전제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의 상향 조정을 고집했던 기존 새정치연합 주장을 대신하는 제안이었다. 그는 이후 기초연금 수급자 범위를 95%로 고쳐 말하기도 했다.

 현재는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 약 450만 명에게 월 10만~20만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덜 받는 구조로 돼 있다. 여기에 올 한 해 들어가는 예산이 10조원이다. 이 원대대표의 안대로 할 경우엔 내년에 약 4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 원내대표의 제안대로 기초연금 수급자를 95%로 늘리면 이에 필요한 추가 재정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2020년 7조원, 2030년 15조원, 2060년 40조원이 더 든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재의 40%에서 10%포인트 올리면 추가 연금 지급액 총액은 2020년 440억원, 2030년 1조2000억원, 2060년 36조원이다. 기초연금 수급자 범위를 25%포인트 늘리는 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 올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드는 일이라는 의미다. 빠른 고령화 추세가 그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약 650만 명(전체 인구 12.7%)인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60년이면 2000만 명(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원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천문학적인 재정이 들어가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재정 부담은 고려하지도 않고 수혜자만 늘리겠다는 건 표만 의식한 표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의 제안은 2007년 연금 개혁 때 한나라당이 제시했던 안과 유사하다. 당시 한나라당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 중에 모든 노인에게 월 13만~3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비판받았다. 유시민 당시 복지부 장관이 ‘기초노령연금제’라는 절충안을 내놓으며 한나라당을 설득했다. 미래세대에 ‘세금 폭탄’이 된다는 유 전 장관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기초연금 확대가 노인 빈곤 문제의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간한 ‘2014년 한국경제검토보고서’에서 “한국의 기초연금제도가 재정은 많이 들이는데 노인 빈곤율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상자를 줄이고 저소득층 노인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놨다. OECD 최고 수준인 노인 빈곤율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기초연금 대상자를 늘리기보다는 소득이 낮은 노인에게 몰아 주라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원종욱 연구위원은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을 받는 인구가 3%쯤 된다. 따라서 이 원내대표의 안은 사실상 부유층을 포함한 노인 전부에게 기초연금을 주자는 얘기”라며 “국민연금과 달리 전액 세금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수급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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