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in&Out레저] 삼각산 숨은 벽 능선, 10년 만이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가운데 불룩 솟은 바위 무리가 숨은 벽이다. 그 앞쪽으로 인수봉(左)과 백운봉(右)이 눈안개에 싸여 희미하다.

글=성시윤 기자 <copipi@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가지마다 눈을 가득이고 있다.

삼각산에서 올해 개방된 구간은 경기도 고양시 쪽의 한 곳과 서울 우이동 쪽 두 곳이다. 고양시 쪽에선 숨은벽 능선길(사기막골~백운봉 3.2km)이 열렸다. 우이동 쪽에선 우이능선 구간(육모정 매표소 위 용덕사 앞~육모정 고개~영봉~하루재 3㎞)과 우이동 계곡길 중 일부(옛 백운 매표소~우이산장 위 갈림길 1.2㎞)의 출입이 허용됐다. 백운봉을 기준으로 볼 때 우이동은 동쪽, 고양시는 서쪽에 있다. 그러니 이번에 개방된 구간들을 조합하면, 삼각산을 동서로 훑는 새 길을 그려볼 수 있다.

week&이 추천하는 코스는 밤골 매표소(경기도 고양시 효자동)에서 출발, 육모정 매표소(서울 우이동) 쪽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즉 숨은벽 능선길(개방 구간)로 백운봉 밑까지 오른 뒤 백운산장이나 인수산장에서 점심을 먹고, 하루재에서 우이 능선(개방 구간)을 타고 육모정 매표소로 내려오는 것이다. '10년 만에 선보이는 삼각산 산길'이다.

양시 쪽 밤골 매표소에서 오전 10시 산행을 시작한다. 숨은벽 능선길을 타니 왼편으로 상장 능선, 그 뒤로 오봉 능선이, 반대쪽인 오른편으로는 원효봉 능선이 함께 백운봉을 향해 산을 오른다. 암릉 구간 정면으로 인수봉(810.5m).백운봉(836.5m).만경봉(799.5m)이 좌에서 우로 늠름히 서 있다.

북한산의 원래 이름은 삼각산(三角山)이다. 백운봉 등 세 봉우리가 뿔같이 솟아 있기 때문이다. 이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등산로가 바로 숨은벽 능선이다.

숨은벽 능선 외에도 밤골 매표소에서 백운대에 오르는 길은 있다. 하지만 계곡길인 탓에 시야가 트이지 않아 산세를 살피기에는 부족하다.

숨은벽 능선에서 정상 부위를 바라보면 벽처럼 납작하면서도 송곳처럼 날카로운 봉우리 하나가 인수봉과 백운봉 사이를 비집고 서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숨은벽'이라 불리는 봉우리다.

숨은벽 능선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데, 눈앞의 장쾌함이 끊이지 않는다. 시야를 압도하는 저 우람한 봉우리들은 산행객을 향해 달려들 기세다. 삼각산의 매력을 절감하는 구간이다.

숨은벽 능선길을 통과해 백운산장에서 허기를 해결하고 물통에 물을 채워 1.5㎞를 걸으면 오후 2시쯤 하루재에 도착한다. 힘이 달리면 백운 매표소로 바로 하산한다. 하루재에서 백운 매표소까지는 불과 0.6㎞다.

그러나 우이 능선의 의의를 안다면 하루재에서 우이 능선을 안 타고는 못 배긴다. 우이 능선은 삼각산과 도봉산을 잇는 척추 아닌가. 만경봉에서 동북으로 내달린 우이 능선은 깔딱 고개와 하루재를 거쳐 육모정 고개에서 상장 능선과 만난다. 상장 능선으로 옮겨간 산세는 우이령에서 숨을 고르고 곧바로 도봉산으로 이어진다.

우이 능선은 금지된 구간이었다. 하루재~영봉~육모정 고개 구간은 지난해까지 휴식년제로 묶여 있었다. 그리고 육모정에서 다시 도봉산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군부대에서 관리하는 지역이라 이전이나 지금이나 출입이 금지돼 있다.

하루재에서 가쁜 숨을 참아가며 가파른 산길을 30분쯤 오르면 영봉(640m)에 닿는다. 눈요기로 치면 우이 능선은 숨은벽 능선에 못지 않다. 동적인 사람은 숨은벽 능선을 좋아할 것이며, 정적인 사람은 우이 능선이 낫다 할 것이다. 숨은벽 능선에서 근경(近景)의 입체감을 즐기고, 우이 능선에서 원경(遠景)의 파노라마를 만끽한다.

영봉을 밟고 백운봉을 향해 서면 인수봉.백운봉.위문.만경봉, 그리고 산성주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산성주 능선 뒤로는 문수봉(727m).대남문.보현봉(714m)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등 뒤에는 오봉(660m).자운봉(740m).만장봉(718m).선인봉(708m) 등 도봉산의 뭇봉이 버티고 섰다.

밤골 매표소에서 출발, 숨은벽 능선과 우이 능선을 연거푸 타고 육모정 매표소 이르는 산행. 산꾼들은 10년 동안 어찌 참고 이 코스 열리기를 기다려왔을까.

*** 산행 정보

▶ 추천 코스: 밤골 매표소→ 숨은벽 능선→백운산장→인수산장→ 하루재→영봉→육모정 고개→육모정 매표소. 모두 7.7㎞다. 산행 중 점심은 백운산장이나 인수산장에서 먹는 게 편하다. 휴식년제에서 해제된 구간은 목책 등 안전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눈 쌓인 미끄러운 구간도 많다. 아이젠 지참 필수.


숨은벽 능선을 찾아가는 방법을 기억할 것. 밤골 매표소로 들어가 첫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보고 왼편의 사기매표소 방향으로 가다 보면 길 오른편에 숨은벽 능선으로 통하는 샛길이 나타난다.

▶ 대중교통

밤골 매표소=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1번 출구→ 704번 시내버스→ 효자동 성황당 앞 정류장에서 하차.

육모정 매표소=서울지하철 4호선 수유역 3번 출구 → 109,120,130,144,170,171번 시내버스 → 버스 종점( '도선사 입구' 정류장)에서 하차.

▶ 기타 문의: 북한산국립공원 북한산성분소 02-357-9698, 우이분소 02-997-8365.

*** 바로잡습니다

지난주 week& (1월 6일자) W6면 '삼각산 숨은 벽 능선, 10년 만이네' 기사의 산행 정보 중 밤골 매표소를 가려면 704번 시내버스를 타고 '효자비 성황당 앞' 정류장에서 하차하라고 돼 있으나 이는 정확한 정보가 아닙니다. '효자비 성황당 앞'이란 정류장 이름은 '효자동 성황당 앞'의 오기입니다(지도참조). 여기서 내려 '북한산 밤골 지구'라는 팻말을 보고 큰길에서 5분 정도 들어가면 밤골 매표소가 나옵니다. 다만 구파발에서 송추 쪽으로 가다 '효자동 성황당 앞' 직전 정류장인 '효자비'에서 내려도 숨은 벽 능선으로 갈 수는 있습니다. '효자비'에서는 능선길을 따라가다 호랑이굴~백운대 방향과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밤골 매표소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납니다. 그 지점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숨은 벽 능선 쪽으로 오르게 됩니다.

*** 바로잡습니다

1월 6일자 week& W6면 '삼각산 숨은 벽 능선, 10년 만이네' 기사에서 북한산국립공원 이외 지역의 휴식년제 해제 구간이 잘못 소개됐기에 바로잡습니다. 기사에는 북한산국립공원 이외에 지리산국립공원의 칠선계곡 비선담~천왕봉 구간(6.2㎞) 등 모두 네 곳이 휴식년제에서 해제된 것으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산국립공원 이외에서 휴식년제가 해제된 곳은 지리산국립공원이 아니라 속리산국립공원의 장각마을~비로봉(1.9㎞) 구간입니다. 지리산국립공원 칠선계곡에서도 탐방로 중 일부 구간이 개방되기는 했습니다. 기존에 통제된 선녀탕~비선담~천왕봉의 6.7㎞ 구간 중 선녀탕~비선담(0.5㎞) 구간에 지난해 안전시설이 설치돼 올해 개방됐습니다. 비선담~천왕봉 구간은 휴식년제가 2년간 추가 시행되기 때문에 계속 통제됩니다. 독자 여러분께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