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단속과 대법원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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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외 교습자에 대해무죄를 확정한 대법원의 판결은 말썽 많은 과외공부에 대한사법부의 첫 유권해석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법원형사부는「사설강습소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과외교습은『일정기간 계속 또는 반복해서 가르치는 행위만을 가리키며 일시적으로 행하는 것은 포함할 수 없다』고 제시함으로써 과외라면 옥석을 가리지 않는 마구잡이 단속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단속의 한계를 그었다는 점 이상으로『과외학습의 내용이 반사회적이거나 반국가적인 불법한 것이 아니한 함부로 제한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한 대목에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판결은 워낙 과외학습이 제한을 할 성질의 것이 아니고 따라서 현행법체계상 유일한 단속근거인 사설강습소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는데 있어서도 한층 유연성을 떨것을 권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때 고삐 풀린 말처럼 과외가 성행, 갖가지 폐단이 생겼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극성·과열과외로 학교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고 계층 간의 위화감 조성은 물론 과다한 비용부담이 국민경제에 주름이 갈 정도였던 것은 다 아는 바다.
오죽했으면「과외 망국론」까지 나왔겠는가.
7·30교육개혁 이후의 과외단속이 이러한 폐단을 줄이는데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어떤 행위건 지나치면 규제를 받게 마련이다. 과열과외가 단속의 철퇴를 맞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후의 단속과정엔 적잖은 부작용이 생겼다. 무엇보다 과외공부 자체를 죄악시하는 일부 풍조가 그것이다.
곰곰 생각하면 과외공부도 공부인 이상 이를 못하게 한다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선진국이 선진국으로서 위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 나라 학생들이 엄청나게 공부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구미 여러 나라의 명문학교 학생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는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과학기술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 잡으려면 우리학생들이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열심히 공부를 하는 길밖에는 없다.
비록 대학입시를 위한 것이라 해도 이를 나무랄 이유는 못된다.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잘하려는 학생가운데 학교교육만으로 부족하다고 여길 사람도 적잖이 있을 것이다.
항상 문제가 되는 대학입시를 위한 고교생들의 과외만 해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 것을 생각하면 수긍 못할 것도 없다.
더우기 단속을 한다해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당국의 꾸준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과외공부가 모습을 감추었다는 징후는 없다.
은밀한 곳에서 가슴을 졸여가며 떳떳치 못한 과외공부가 널리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 아닌가.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옛날처럼 공공연히 과외공부를 해도 좋다고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일정기간 계속하거나. 반복되는 과외교습은 여전히 법에 저축되어 처벌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요컨대 과열과외도 문제지만 단속 또한 마구잡이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의미를 살려서 당국의 단속은 지금까지의 경직성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이 판결이 과외공부를 인정한 것이 아닌 이상 과외 교습자나 학부모들 역시 옛날과 같은 과열과외를 재연시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구제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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