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와 영어 한마디 못하던 13세 한인 소녀…영어 교육학 박사로 우뚝

미주중앙

입력

부모와 함께 이민온 열세 살 한인 소녀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 매일 울기만 했다.

영어가 원어였던 교사들은 한국의 소녀에게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는지 잘 가르치지 못했다.

말이 들리지 않고, 입을 떼기 어려워 낙담만 하던 소녀는 어느 날 결심한다. '영어 교사가 돼서 나처럼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돕자.'

소녀는 그후 19년이 흐른 지난 13일 조지아주의 명문대학 케네소주립대학 졸업식에서 영어 교육학 박사를 받았다. 지니 김(32·한국명 윤진·사진)씨의 '아메리칸 드림'이다.

학교 측은 졸업식 전날인 12일 '클래스 오브 2015년' 졸업생 2121명중 대표격으로 김씨의 사연과 사진을 홈페이지 첫 화면에 실었다.

중학교때 이민온 김씨는 한국 영어 교육의 한계를 고스란히 체감했다. 김씨는 "쓰고 읽는 건 가능했지만 듣기와 말하기는 형편없었다"면서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학교에서의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었다. "제 선생님중 몇분은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조차 없었어요. 어떤 선생님은 말이 안통하는 저를 맡으려고 하지 않으셨죠."

자국어가 영어인 교사들은 효과적인 교육법을 알지 못했다. 지름길은 없었다. 그저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책을 봤다. 김씨는 "수업 전 미리 교과서를 읽고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었다"고 영어 정복 과정을 소개했다.

김씨가 영어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다른 외국인 동급생들과의 대화에서다. "그 아이들도 나만큼 영어에 거부감이 심했어요. 그런 학생들을 돕는 영어 선생님이 되자고 결심했죠."

그녀의 노력은 학부시절부터 빛을 발했다. 국제영어교사(TESOL) 과정 조교로 일하면서 인근 한 초등학교에 영어 교사로 자원봉사했다.

그녀의 정성 덕분에 14명으로 시작한 학생수는 현재 34명으로 늘었다. 또 한국의 대학들과 케네소 대학간 자매 결연을 비롯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올 때마다 통역과 안내도 도맡았다.

그녀를 지도한 린다 에반스 교수는 "그녀는 우리 대학의 명예 대사나 마찬가지"라며 "무엇보다 그녀의 최대 장점은 교육에 대한 사랑"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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