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계 부패 척결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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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산업계 부패 척결 방침을 선언했다. 지금까지는 공직자 비리 척결에 주로 역점을 둬왔으나 앞으로는 국내외 기업들의 부패 추방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을 따기 위한 기업들의 뇌물수수 관행이 공무원 부패로 이어지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지난해 말 기업 간 거래에서 뇌물 수수를 금지하고, 적발 때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중국경영보(中國經營報) 등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이를 위해 당 중앙기율위원회는 기업 활동과 관련된 상무부 등 18개 부서와 합동으로 비리 정보를 공유하고 부패행위에 대한 단속을 펴나가기로 했다. 법 개정 작업에 참여한 톈진(天津) 난카이대 국제경제법연구소의 청바오쿠(程寶庫) 소장은 "지난해 12월 22일 당 중앙기율위원회에 형법 개정안을 설명했다"며 "이 자리에서 당 지도부는 새해부터 산업계 부패 척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천명했다"고 말했다. 법 개정안은 기업거래 과정에서 뇌물을 주거나 받은 사람에 대해 업종과 규모를 불문하고 중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검찰도 1997년 이후 적발된 공공부문과 기업체의 '부패사건 기록 조회 시스템'을 구축하고 1일부터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최근 보도했다. 신경보는 한 기업이 일단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강경 방침은 부정부패가 민간 기업에도 깊이 뿌리내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화권 인터넷뉴스 사이트인 둬웨이왕(多維網)은 2일 "중국 물류업계에서는 수송물량 확보를 비롯한 모든 단계에서 거래금액의 30%를 커미션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약회사들의 경우 약품을 팔려면 의사나 병원.약국에 판매액의 10%를 뇌물로 줘야 한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연간 7억7200만 위안(약 1000억원) 규모의 탈세가 자행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부패 척결 방침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수만 개의 외국 기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광둥성의 한 외자기업 관계자는 "원자재 구매에서 제품 판매까지 단계마다 금품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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