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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코사민은 당뇨병에, 홍삼은 수술환자에게 안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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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 사례가 1733건에 달한다. 무분별한 건기식 섭취를 경계해야 한다. [중앙포토]

이엽우피소가 함유된 일명 ‘가짜 백수오’ 파동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성난 소비자들의 대규모 환불 사태가 벌어지고, 이엽우피소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5월이면 불티나게 팔리던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의 안전성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차움 푸드테라피센터 이기호 센터장은 “자신의 체질이나 몸 상태와 관계없이 광고 문구 하나만 믿고 건기식을 구입하는 사람이 상당수”라며 “올바르게 섭취하면 약이지만 잘못 섭취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의사도 처방 않는 이엽우피소

건강기능식품이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성분을 사용해 제조한 식품’을 뜻한다.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거나 건강유지·증진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섭취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능성·안전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건강식품’과는 차이가 있다.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의약품과도 분명 다르다.

최근 논란이 된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은 안면홍조, 식은땀 등 갱년기 여성의 증상 개선 효과를 인정받은 원료다. 하지만 이번 파동은 백수오 제품의 상당수가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우리나라에서 이엽우피소는 식품 원료 금지 성분이다. 한의사가 약재 처방의 근거로 삼는 ‘대한민국약전’에도 등록되지 않은 약재다.

이엽우피소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의견은 현재 분분한 상태다. 상지대 한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선동 교수는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박주가리과 식물로 외형이 매우 유사하지만 실상은 효능이 전혀 다른 별개의 식물”이라며 “유해성 여부를 떠나 소비자 입장에서 갱년기 증상 개선이라는 구입 목적과는 맞지 않는 엉뚱한 성분을 섭취한 셈”이라고 말했다. 즉 백수오가 갱년기 증상에 효과적이라면, 이엽우피소는 종양 개선, 면역 증강, 간장·위점막 보호, 고지혈증 개선 등의 효능이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단 이엽우피소는 중국과 대만에서 쥐·참새를 독살하는 용도로 사용할 정도로 약효(독성)가 강해 백수오보다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 이선동 교수는 “백수오 역시 한방에서는 소음인에게만 처방하는 약재다. 최근 백수오 열풍이 불면서 너도나도 무분별하게 섭취했다는 점에서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작용의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성분부터 파악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분별한 건기식 섭취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3년 기준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1조7920억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만큼 부작용 추정 사례도 늘고 있다. 건기식 복용 후 소비자가 주관적인 증상을 식약처에 신고한 것으로 2013년 136건에서 지난해 1733건으로 12배가량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355건, 백수오 제품 301건, 영양보충용 제품 205건 순으로 많았다.

이선동 교수는 “효과와 부작용은 한끝 차이”라며 “같은 성분이라도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섭취했느냐에 따라 효과 또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자신의 몸에 필요한 성분을 알고, 그에 맞는 건기식을 선택해야 한다. 이기호 교수는 “음주가 잦은 직장인 남성에게 비타민B군복합제·밀크시슬·타우린을, 임신 계획 중인 여성에겐 엽산·칼슘·마그네슘, 전립선이 좋지 않은 60대 남성에겐 아연·셀레늄·소팔메토 등을 추천한다”며 “성별·연령·건강상태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체질에 따른 선택도 중요하다. 건기식 생산액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홍삼 제품은 대한한의사협회가 ‘섭취 7대 주의군’을 정한 바 있다. 한의협은 “심뇌혈관질환·성호르몬 관련 질환이 있거나 평소 열감이 많은 사람, 임산부, 모유 수유 중인 산모, 불안·초조·불면 증상이 있거나 한약·양약을 복용 중인 사람, 영·유아, 노인 등은 홍삼 오남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섭취 전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인기 제품 홍삼, 심뇌혈관질환자 부작용 주의

특히 약물을 복용 중인 사람은 건기식 섭취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건기식을 의약품과 함께 먹었을 때 의약품의 효능이 저해되거나 영양소 결핍이 나타날 수 있다. 식약처는 “당뇨병 환자가 글루코사민을 먹으면 주성분이 당질인 만큼 섭취 후 혈당이 올라갈 수 있고, 동맥경화로 혈전용해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건기식을 함께 복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또 혈행 개선에 도움을 주는 홍삼 제품·나토배양물·정어리 정제유 등은 혈액 응고를 저해하는 작용이 있어 수술 전후 섭취 시 주의해야 한다.

건기식은 많이 섭취할 수록 효과가 커지는 것이 아니므로 반드시 권장량에 맞게 섭취한다. 섭취 후 가려움증·호흡곤란·두드러기·발진·어지러움·발한 등의 부작용 증세가 나타난다면 섭취를 중단하고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다. 이에 대한 신고는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신고센터(1577-2488)에 하면 된다.

물론 건기식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올바른 생활습관이다. 건기식이 만병통치약이라는 인식이나 식사 대용으로 섭취하는 것은 금물이다. 『비타민제 먼저 끊으셔야겠습니다』의 저자인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명승권 박사는 “질병에 걸릴 확률을 낮추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금연·절주와 표준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과일·채소 섭취, 1주 2회 생선 섭취, 싱겁게 먹기 등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오경아 기자 oh.kyeong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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