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의 질과 연구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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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서울대와 한국개발연구원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연구한 정부투자기관 경영조사보고서가 세인의 관심을 모은적이 있었다. 이 보고서는 국영기업체의 경영이 부실하고 조직이 관료화돼 있으며 그 효율이 크게 뒤져 민간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함을 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기술의 혁신과 개발을 위한 투자와 노력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공기업의 기술개발 투자가 매출액의 0·4%에도 미치지 못해 민간기업의 3분의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기술혁신이 얼마나 뒤지고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사례다.
지금에야 뒤늦게나마 정부가 국영기업체를 핵심기초기술의 주도추진체로 육성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한 것은 퍽 다행한 일이다
국영기업체의 담당업무들은 대부분 국가산업의 중추가 되는 기초서비스나 중간재 또는 소재산업들이다. 이들 분야의 기술의 낙후나 부진은 국가전체의 산업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장애요인이 된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가까운 예로 전력의 경우를 들어보자. 우리는 「문명의 동력」이라고 할 전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 1세기나 된다. 게다가 해마다 거의10%정도의 사용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제 양적인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을 만큼 발전 용량은 충분히 늘어났고 앞으로도 수요 증가에 대비한 발전설비 증설도 계속 추진중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력은 그질에 있어선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압과 잦은 정전이 그것을 말해준다. 송전계통의 불안정과 장거리 배전선로에 의한 배전전압의 적정률이 94·5%로 많이 개선됐으나 선진국의 97%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전 건수도 83년의 경우 호당 6백49분으로 일본의 3백13분, 프랑스의 4백99분에 비해서는 많은 편이다.
정전이 많으면 일반국민들의 생활불편은 물론이지만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어 초래하는 손실이 크다. 공단의 정전사고를 분석해 보면 25%정도는 공단자체 안에 원인이 있으나 나머지 절대다수가 외적 요인 에 의한 것들이다.
노후한 송·배전시설의 개체와 함께 선진기술의 도입이나 개발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이제 전력은 양의 문제보다는 질의 고급화가 이루어져야할 단계이다.
우리 나라 통신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기가 「산업의 물」이라면 통신은 「산업의 쌀」 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각종 현대적 통신수단의 눈부신 발전은 지구 전체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 놓았고, 인간의 생활의식에도 변혁을 가져왔다. 현대의 첨단 문명이 통신산업의 발달로 집약되고 있고 앞으로 21세기를 주도할 산업분야도 통신산업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통신산업이 예전에 비해 큰 진보를 이룬 것은 틀림없으나 아직도 질적인 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크게 뒤진 분야가 많다.
이것은 다른 분야의 기술 낙후와 마찬가지로 광통신이나 반도체등 핵심기술에 대한 개발과 연구, 이를위한 투자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소 하나 제대로 없는 현실은 개탄스러울 정도다.
이번 정부의 국영 기업체, 기술개발 활성화대책이 책상위의 방안에 그치지 말고 내실있는 추진력과 투자의 뒷받침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시행되길 기대한다. 그리하여 국영기업체가 스스로 새시대 첨단기술 개발의 선도적 역할을 맡도록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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