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춤」이 바로 세계적|LA공포서 호칭받은 한국무용의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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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제 우리 춤은 테크닉을 논할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창작되는 우리 춤에 탄탄한 스토리와 극적 요소를 부여할 문학적·철학적 기반, 즉 좋은 대본입니다. 인간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진실한 삵의 이야기가 담긴 춤이라야 합니다.』
로스앤젤레스 예술올림픽에 초청되어 지난 7월 6∼7일 패사디나 시민홀에서 무용극 『도미부인』(차범석 극본, 박범련 작곡·지휘, 송범 안무, 허규 연출) 등을 공연하고 귀국한 국립무용단 안무자이며 지도위원인 국수호씨의 말.
그는 또 『가장 한국적인 춤이 세계적인 춤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 미국공연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서 오는 86, 88년 올림픽 예술제에서는 「가장 한국적인 오늘의 춤(창작 한국무용)」을 공연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외국에 소개된 한국무용이 대부분 부채춤·북춤 등 대규모 인원이 화려한 의상과 고도로 숙련된 기교적인 춤으로 눈요기 중심의 공연이었던 것은, 한국 춤이 그들로부터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고 관광객용 수준정도로 생각게 한 주요 원인이었다.
그밖에도 무용전문 연출가 부재의 현실과 작곡가가 몇몇 정도에 그친다는 것도 창작무용 발달을 원활치 못하게 하는 중요한 원인들로 지적된다.
작품 전체를 조감하면서 춤의 세부적인 내용 하나 하나를 충실히 음악·조명·의상 등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무대화 시킬줄 아는 철학과 안목·추진력을 가진 연출가가 필요하다고 음악평론가 이상만씨는 말했다.
그밖에 조명·의상·음향·무대소품 등으로 일단 만들어진 춤을 마지막으로 깔끔하게 뒷마무리를 하여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전문적인 안목과 감각있는 무대 스태프들의 양성과 인원확보가 공연내용 못지 않게 중요하다. 또 『레퍼터리를 짤 때는 전통무용·현대 창작 무용식으로 하나의 뚜렷한 개성이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폐막식서 공연하고 돌아온 서울시립무용단 문일지 단장은 말했다.
49명의 무용단원 외에 국립국악원 소속 13명 연주단이 무대에서 생음악 반주를 했고, 인간문화재 한영숙씨가 살풀이 춤을 추었다. 진도들 노래의 박범천씨, 판소리의 안숙선씨도 함께 무대에 서 『종래의 화려함을 과장한 눈요기 중심의 춤이 아닌 예술을 소개한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했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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