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상업주의·관료적 계도성이 방송공영화 정착에 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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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방송은 뿌리깊은 상업주의와 관료적 계도성으로 공영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있다.
강현두 교수(서강대)는 방송위원회가 주최한 「한국 공영방송의 현실과 과제세미나」(8월23∼25일 뉴설악산호텔)에서 「공영 방송, 프로그램 측면」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강교수는 『한국의 방송문화는 미디어의 두 가지 기본가치인 공보적 역할과 상업적 역할이 서로 엇갈리며 강조돼온 것이 그간의 실정』이라 지적하고 전체적으로 상업주의 방송구조가 심화돼갔기 때문에 한국방송의 공영제로의 전환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공영 방송이 된 이후에도 시청률주의는 여전히 강조되고 있어 실질적인 공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이 시청률주의는 상업방송뿐 아니라 공보방송의 속성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특히 이같은 공보방송은 지극히 시사적이기 때문에 방송의 편성·제작의 사전계획과 준비를 어렵게 하고 잦은 개편을 불가피하게 만들어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프로그램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공보매체로부터 문화·교육매체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또 하나 지적하고 있는 것은 광고수입이 공익프로그램으로 환원되고 있지 않다는 것. 공영방송제도의 확립과 방송광고공사의 설립은 분명히 「국민의 몫」을 공익프로그램에 환원하는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광고수입과 프로그램향상의 제도적 연결은 이뤄지지 않은 채 일반 언론인의 후생사업만을 도맡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영국 BBC와 ITA를 본뜬 KBS와 MBC가 사실상 영국의 그것처럼 상호보완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경쟁관계에 놓여있는 모호성을 지적했다.
강교수는 『앞으로 공영방송의 새로운 활력소는 제작시스템의 공개에서 찾아야한다』면서 방송국외에서 보다 많은 독립프로듀서들이 제작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으로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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