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주간지인 닛케이비즈니스는 '초(超)국가 기업들'이란 신년호 커버스토리에서 "세계를 변화시키는 성장력은 이제 국가보다는 기업"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자동차업체 혼다는 태국에서 태국 정부를 대신해 오토바이 운전면허증을 교부하고 있다. 전 세계 혼다 공장의 종업원들은 다국적이지만 한결같이 "나는 혼다인"이라고 외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보다 더 왕성하게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다. 그는 개발도상국 등에 연간 2000억 엔 이상의 정보기술(IT)을 지원한다. '내수형 기업'의 대표격으로 메이지유신 이후 "철은 곧 국가"란 구호를 외치며 정부와 함께 100여 년을 걸어 온 신일본제철은 이제 중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 철을 공급하고 '외수형 기업'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중국.인도.러시아 등 신흥시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성장의 몸부림이다. 이를 위해선 국경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들 기업은 세계시장의 교육.공공사업 등 국가가 행하던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일본에 주식회사가 등장한 지 약 120년이 지났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네덜란드의'동인도회사'가 생긴 지 400년이 흘렀다. 이제 경제규모로 볼 때 개별 국가를 능가하는 기업들이 다수 생겨나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실제로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시가총액(3796억 달러)은 폴란드의 국내총생산(GDP.2418억 달러)을 훨씬 앞지른다.
과거 수요 창출 능력과 각종 규제를 무기 삼아 기업을 '관리'해 온 국가의 존재는 이제 고용과 사회안전망을 유지하는 장치 기능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초국가 기업이 국가를 능가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