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뛰어넘은 초국가 기업의 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일본 경제 주간지인 닛케이비즈니스는 '초(超)국가 기업들'이란 신년호 커버스토리에서 "세계를 변화시키는 성장력은 이제 국가보다는 기업"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자동차업체 혼다는 태국에서 태국 정부를 대신해 오토바이 운전면허증을 교부하고 있다. 전 세계 혼다 공장의 종업원들은 다국적이지만 한결같이 "나는 혼다인"이라고 외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보다 더 왕성하게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다. 그는 개발도상국 등에 연간 2000억 엔 이상의 정보기술(IT)을 지원한다. '내수형 기업'의 대표격으로 메이지유신 이후 "철은 곧 국가"란 구호를 외치며 정부와 함께 100여 년을 걸어 온 신일본제철은 이제 중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 철을 공급하고 '외수형 기업'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중국.인도.러시아 등 신흥시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성장의 몸부림이다. 이를 위해선 국경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들 기업은 세계시장의 교육.공공사업 등 국가가 행하던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일본에 주식회사가 등장한 지 약 120년이 지났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네덜란드의'동인도회사'가 생긴 지 400년이 흘렀다. 이제 경제규모로 볼 때 개별 국가를 능가하는 기업들이 다수 생겨나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실제로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시가총액(3796억 달러)은 폴란드의 국내총생산(GDP.2418억 달러)을 훨씬 앞지른다.

과거 수요 창출 능력과 각종 규제를 무기 삼아 기업을 '관리'해 온 국가의 존재는 이제 고용과 사회안전망을 유지하는 장치 기능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초국가 기업이 국가를 능가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