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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뒤흔드는 여고졸업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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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코트에서 고교졸업반 새내기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선배들 틈에 끼어 뛰는 정도가 아니라 팀의 승패를 좌우할 만큼 내실 있는 농구를 한다.

신인 드래프트 1, 2순위로 입단한 김정은(신세계)과 이경은(우리은행)은 물론 박태은(3순위.삼성생명), 이경희(4순위.국민은행) 등 새 얼굴들이 돋보인다.

초반 성적은 온양여고 졸업반 김정은(1m80㎝)이 가장 좋다. 12월 30일 현재 4경기에서 경기당 16.8득점, 7.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신세계 김윤호 감독은 "24일 금호생명과의 경기 연장전에서 팀이 기록한 9득점 가운데 5점을 넣는 걸 보고 과연 큰 선수구나 하고 생각했다. 팀에 힘을 주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가드 이경은(1m76㎝)은 우리은행 박명수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박 감독은 선일여고 졸업 예정인 이경은을 대선수로 키우기 위해 승패와 관계없이 기용하겠다고 한다.

4경기에서 평균 3.3어시스트. 김지윤(10.3개.금호생명)이나 전주원(6.0개.신한은행)에는 못 미치지만 박 감독은 "시야가 넓고 대담해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자랑한다.

국민은행 이문규 감독은 "드래프트 때 다른 구단에서 이경희(1m77㎝.인성여고)를 먼저 뽑을까봐 조마조마했다"고 한다. 딱 한 경기를 뛰고 히트를 쳤다. 28일 금호생명과의 경기에서 김지윤을 마크하면서도 11득점.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포워드지만 드리블과 패스 솜씨가 가드 못잖게 좋다. 투지도 강해 대스타 김지윤 앞에서도 기죽지 않았다.

인성여고 졸업반 박태은은 아직 주전이 아니고 기록도 4경기에 평균 1어시스트에 불과하다. 키(1m68㎝)가 작지만 시야는 넓어서 속공을 잘한다. 박태은이 긴 패스로 한번에 득점 기회를 만들면 벤치의 정덕화 감독이 펄쩍 뛰며 좋아한다. 그런 플레이를 기대하고 박태은을 뽑았기 때문이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제7구단 창단 계획을 밝혔을 때 여자농구 관계자들은 "그렇다면 2005년에 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고등학교에 유망한 선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WKBL은 이유를 뚜렷이 밝히지 않은 채 "2006년께 신생팀을 보게 될 것"이라고만 말했고, 유망주들은 각 팀에 흩어졌다. 이들은 겨울리그를 통해 재능과 가능성을 증명했다. 여자프로농구가 세대교체 기회를 맞은 것 같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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