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 중고차, 벤츠가 변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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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클래스’ 전시장에서 정비사가 중고차를 점검하고 있다. 스타클래스는 벤츠가 인증한 중고차다. [벤츠코리아 제공]

11일 오전 10시. 메르세데스-벤츠의 경기도 용인 ‘스타클래스’ 수원전시장 1층 야외 워크베이(작업장)에선 흰색 벤츠 C클래스 중고차 점검 시범이 한창이었다. 스타클래스는 벤츠코리아가 공식 수입한 차량 중 품질 기준을 통과한 중고차에 주는 인증이다. 이 회사 소속 정비사는 “차량이 도착하면 세차부터 한 뒤 178개 항목을 꼼꼼히 점검한다”며 “차량 하부를 점검하는 데만 한 시간이 걸리는데 조명을 비춰 눈으로 확인하고, 오일이 새는 부분은 없는지 냄새를 맡고, 공구로 두드려 작동에 이상은 없는지 소리까지 꼼꼼히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점검을 통과한 차량은 전시장 4층 판금·도장 작업장으로 옮겨 마무리 작업을 거친 뒤 도로주행까지 통과해야 새 주인을 만날 수 있다.

 벤츠가 인증한 중고차를 지난해 구입한 소비자는 550명. 스타클래스 매장이 처음 문을 연 2011년 이후 매년 10~35%씩 늘고 있다. 가격은 일반 중고차 시세보다 15% 정도 비싸지만 중고차 품질을 보장하는 데다 1년 2만㎞까지 무상보증도 해주기 때문이다. 최덕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부사장은 “스타클래스 인증 차량은 회사가 구입한 뒤 다시 매장에서 파는 것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벤츠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올해 스타클래스 차량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1200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중고차 값 관리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가 중고차 값까지 신경 쓰는 배경에는 중고차의 높은 잔존가치가 결국 신차 판매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중고차 챙기기의 선두주자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1만5197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중 1위 자리에 오른 메르세데스-벤츠다. 이 회사는 현재 경기 수원과 서울 양재·용답 등 3곳인 스타클래스 전시장을 올 하반기까지 7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간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중고차 값이 빠르게 떨어져 감가율이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본지가 중고차 거래 전문 쇼핑몰인 SK엔카의 지난달 말 중고차 거래가(2014년식 기준)를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분석은 중산층 구입이 많은 차량 10종(국산·수입 5종씩)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감가율이 가장 낮은 차는 현대자동차의 그랜저2.4모던이었다. 지난해 출고 가격은 2988만원이지만 올해 중고차 거래 가격은 2777만원으로 감가율은 7%에 그쳤다. 쏘나타2.0스마트(감가율 9%)와 제네시스G330프리미엄(감가율 10%)도 비교적 구입 후 높은 가치를 유지했다.

 반면 수입차 브랜드의 감가율은 여전히 국산차보다 높았다. 바꿔 말해 시간이 지날수록 수입차의 잔존가치가 국산차보다 빨리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2014년 모델 기준으로 수입차 중에선 메르세데스-벤츠의 E300엘레강스(감가율 19%)와 폴크스바겐의 골프1.6TDI(감가율 19%)의 잔존가치가 우수했다. 하지만 ‘강남 쏘나타’로 불리며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인 BMW 520d의 감가율은 26%로 비교적 컸다. 아우디 A6TDI(2014년식 기준)의 감가율도 33%에 달했다.

  자동차산업학회장을 지낸 유지수(63) 국민대 총장은 “아직까진 분명 국산차의 잔존가치가 수입차보다 우수하다”며 “하지만 수입차 브랜드들이 중고차 영역에까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어 격차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수기·김기환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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