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금」의산실 함평농고|레슬링부 해체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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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레슬링 김원기선수의 LA올림픽 첫 금메달에 온 국민이 기쁨과 긍지로 환호하는 가운데 정작 김선수를 키워낸 함평농고레슬링부가 남모를 실의와 침울에 잠겨있다.
김원기 (62Kg급) 와 김영남 (74Kg급), 이연익 (68Kg급) 등3명의 LA올림픽선수를 비롯, 지난8년동안 l백여명의 대표급선수를 배출한 레슬링부가 창단8년만에 해체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한국 레슬링의 산실」 로 뉴스의 각광을 받았던 함평농고 레슬링부의 해체위기는 현재 선수20명가운데 13명이 2기분수업료 (4만3천7백원)를 내지못해 지난6월이후 학업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학교 박호연감독 (51) 에따르면 레슬링선수중 수업료를 면제받았거나 자비로 학비를 낸 학생은 7명뿐으로 이중 김억수(18) 김형구 (l8) 최원영 (18) 모상기(l8) 등4명은 올가을 전국체전의 전남도대표 선수로 선발됐으나 지난해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김용식 (17) 박천수 (16) 박진호 (17) 를 비롯, 유망주 13명이 등록마감일인 6윌15일이후 운동을 포기한채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있다. 이학교 레슬링부에 우울한소식이 날아든것은 지난해초77년 팀창단이후 농촌의 어려운 여건에서나마 레슬링부를 학교의 자랑거리로 만들어 보자는 뜻에서 학교측은 성적이 부진한 선수들에게도 장학금을 주는등 뒷바라지를 해왔으나 83년부터 영농후계자육성방안으로 학업성적이 30%에 들지못하면 장학금을 주지말라는 문교부의지시에따라 선수들에게 장학금지급을 중단했다.
첫해는 전교생 8백20명이「쌀한홉씩 모으기」 운동을 벌여 모은 쌀을 판돈에다 선수들이 모내기·보리베기·양파캐기등을 해 번돈으로 어렵사리 학비를 충당했으나 선수들이 계속적인 급우들의 도움을 사양하는 바람에 2기분 등록을 하지못했다는 것이다.
서무실에 불려다니며 등록금 납부독촉을 자주 받게되자 박진호등 1학년생 6명은 광산군 송정고교의 장학생으로 전학을 희망, 1주일간 등교를하지않다가 박감독등의 설득으로 다시 돌아왔으나 학교측으로부터 학비면제에대한 대책이 없자 학업을 포기하고있다.
6일하오 텅빈학교연습장에들 이인호선수(16·1학년)는 『인문계고교와 같이 실업계고교에서도 채육특기자에게 학비를 면제해주고 운동에만 전념할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고 울먹였고 광주에서 전국체전에 대비한 훈련을 지도하고있는 박감독도『계속 돈을 내지못해 학교측에서 제적시킨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나 선수들의 기량을 생각하면 가슴아픈일』이라며 지난해 1년동안만해도 전국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의 실적을 올렸음을 상기시켰다.
이에대해 황용구교장은 『선수들의 가정형편이 어려운것을 알고있어 장학금을 주고싶으나 문교부가 영농후계자육성위주로 장학생선발기준을 바꿨기때문에 학교로서는 어쩔수없다』 며 당국의 정책적인 배려를 기대했다. <함평=박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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