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일으킨 「철녀의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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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골인지점 4백m를 남겨놓고 왼쪽다리가 완전마비, 곧 쓰러질듯 비틀거리며 완주한 스위스의 여자 마라토너 「가브리엘라·안데르센·사이스」(39) <사진>의 인간의지의 승리(본보 6일자 8면보도)에 힘찬 박수와 함께 『그것이 생명의 상실과 바꿀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있다.
6일 메모리열 콜리시엄을 메운 7만7천명 관중들은 옛날의 그 역사가 재창조되는 듯한 착각속에 골인파 동시에 혼절한 「안따르센」을 향해 찬사를 보냈다.
「안데르센」이 마라톤 전구간 41.9㎞중 40.3㎞를 달려 마지막 1.6㎞를 남겼을 때부터 현기증과 근육마비가 오기 시작했고 골인 지점 4백m 전방부터는 왼쪽다리가 완전히 나무토막처럼 굳어져 버렀다.
그 4백m를 걸어서 골인하는데 6분이나 걸렸다.
기록은 2시간 48분42초로 50명중 37등.
올림픽사상 처음 채택된 여자마라톤에서 「안데르센」이 보여준 무서운 투혼과 잊을수 없는 기록과 동시에 의학계·체육계, 그리고 일반사이에 『완주를 막았어야한다』 『그럴 수 없다』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72년 뮌헨 올림픽 마라톤 4위를 했고 현재 스포츠 전문잡지인 「일러스트레이티드」기자인 「케니·무어」는 『나는 당장그녀를 트랙에서 끌어내라고 소리쳤다』며 『그런 상황에서는 한스텝 한스텝 옮길때마다 선수는 뇌에 손상을 입느라』고 경고했다.
캐나다의 팀 닥터 「도우그·클레멘」는 『마지막 4백m에서 그녀는 팔·다리 등 몸 왼쪽 반이 마비된 것으로 보인다』며 「안데르센」은 몸전체 기능의 통제력을 잃었다』 고 말했다.
한편 조직위 육상담당의사 「리처드·그린스푼」박사는 『나는 한번이라도 그녀가 트랙위에 쓰러졌거나 본인이 원했다면 즉시 의료진을 투입하려했다』고 밝히고 『그녀는 오늘을 위해 4년을 기다렸다. 개인의 의지·투쟁력·용기의 결집인 최후의 골인을 포기토록 하는것도 잔인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응급처치를 담당했던「조지·세한」박사는 『아직 후유증은 발견되지 않고있어 다행이다』며 『올림픽이 그린 드라머가 없다면 재미가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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