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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추억 불러내고 폼도 나네요, 제3 유니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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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0일 인천에서 열린 SK와 삼성의 프로야구 경기. SK 선수들은 평소의 홈 유니폼과 다른, 가슴에 영문 ‘INCHEON’이 새겨진 베이지색 유니폼을 입었다. 1947년 4대 도시 대항 전국 야구대회에서 우승한 인천야구 대표팀인 ‘인천군(仁川軍)’의 유니폼을 재현한 것이다.

 ‘인천군’ 유니폼은 인천 야구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5년 6월 12일 첫선을 보였고, 지난해 10월 7일 ‘레전드 데이’ 행사에서 다시 한번 등장했다. 지난해까지 ‘인천군’ 유니폼 앞부분에는 당시 인천 영문 표기인 ‘INCHUN’을 써 붙였다. 팬들의 호응이 좋자 올 시즌 SK는 홈·원정 유니폼에 이어 제3의 저지로 ‘인천군’ 유니폼을 선정했다. 로고를 인천의 현재 영문 표기인 ‘INCHEON’으로 바꾸고 일요일 홈경기마다 입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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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를 제외한 프로야구 9개 구단은 세 번째 유니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를 ‘서드 저지(third jersey)’ ‘얼터너트 유니폼(alternate uniform)’이라고 부른다. 야구 유니폼은 이제 단순한 경기복이 아니다. 팀의 개성과 정체성을 담은 패션으로 진화했고, 마케팅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영향을 받아 국내 구단들도 ‘서드 저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올드 유니폼이 가장 보편적인 서드 저지다. 90년 시카고 화이트 삭스가 홈구장 코미스키 파크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기념하기 위해 1917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유니폼을 재현한 것이 큰 호응을 얻었다. 2002년 SK는 인천 연고의 첫 프로야구팀인 삼미 유니폼을 제작했다. 그해 롯데는 82년 프로야구 원년 유니폼을 선보였다.

 99년 MLB 시애틀 매리너스는 구단 설립 50주년이 되는 2027년을 미리 기념하자는 취지로 ‘시간을 앞으로 돌리자(turn ahead the clock)’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우주복을 닮은 기상천외한 디자인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 프로모션이 성공하자 이듬해 20개 팀이 앞다퉈 우스꽝스러운 미래 유니폼을 제작했다.

 밀리터리 룩도 서드 저지로 각광받는다. 샌디에이고에 군사시설이 밀집돼 있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적극적으로 군복 패션을 활용한다. 한국에서는 롯데와 한화가 현충일과 6·25전쟁 기념일에 밀리터리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다.

 프로야구가 서드 저지 개발에 열을 올리는 건 유니폼에 여러 스토리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밀리터리·선데이·유니세프 유니폼 등 서드 저지 활용에 가장 적극적이다. 선수들조차 “가끔 언제 무엇을 입어야 할지 헷갈린다”고 할 정도다. 한화는 창단 3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홈·원정 총 네 종류로 구성된 새 유니폼을 출시했다.

 서드 저지는 사회공헌 활동과 지역연계 마케팅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수익에도 큰 도움이 된다. SK는 유니폼 판매 수익의 30% 정도를 서드 저지 판매를 통해 얻는다. 홍승완 와이번스샵 팀장은 “팬들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유니폼을 개발하고 있다. 팬들은 (흔한 유니폼보다) 색다른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천=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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