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은 AS-영표는 크로스 '영국서 꿀릴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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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하고 있다. 박지성(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28.토트넘 홋스퍼)가 이토록 잘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모인다는 잉글랜드 프레미어리그. 그 중에서도 2부리그 강등을 걱정하는 팀이 아니라 명문 중의 명문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이 뛰고 있다. 이영표가 속한 토트넘 역시 정상권을 달리며 내년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강팀이다.

두 태극전사가 잘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한국인들의 애국심이 빚어낸 환상이 아니다. 숫자로 객관화되는 기록에서도 박지성 이영표의 활약상은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두 선수의 프레미어리그 기록을 분석해보자.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출장 횟수다.

팬들은 골과 어시스트를 중시하지만 그라운드에서 생존경쟁을 펼치는 선수들에게는 출전 경기수와 출전 시간이 선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첫 번째 잣대가 된다.

이 부분에서 박지성은 지난 26일까지(이하 각종 기록 기준시점) 진행된 05-06프레미어리그 17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이번 시즌에 한경기도 빠지지 않고 출장한 이는 20개팀 480명의 프레미어리그 등록선수 중 35명에 불과하다. 팀당 1.75명꼴이다.

이영표는 잉글랜드 프레미어리그에 좀더 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출장 경기 수는 12경기로 박지성에게 뒤진다.

그러나'초롱이'이영표는 거의 교체되지 않아 출전시간에서는 1112분으로 박지성(1034분)보다 78분 가량 더 오래 출장했다. 출전시간으로 볼 때 이영표는 141위, 박지성은 154위.

박지성은 팬들보다는 감독과 동료를 기쁘게 하는 선수다. 주변 동료를 도와주는 플레이를 통해 팀에 큰 보탬을 주기 때문이다. 올해 도움이 무려 4개. 이는 프레미어리그에서 당당히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위를 달리고 있는 대니 머피(찰턴)와는 불과 4개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영표도 1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크로스에서는 이영표가 빛이 난다. 이영표는 수비수라는 약점을 딛고 올 시즌 모두 18개의 크로스를 올리며 이 부문에서 72위에 랭크됐다. 이영표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효과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지성은 크로스는 모두 9개로 이영표의 절반 수준. 박지성은 중앙을 파고들며 동료들에게 킬패스를 연결해주는 상황도 많기 때문에 왼쪽 측면을 파고들며 크로스를 올리는 임무를 맡고 있는 이영표와 직접 비교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기록으로나 팀 공헌도, 언론 반응, 팬 호응도 등 모든 면에서 프레미어리그 A급 선수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1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일간 스포츠="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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