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텍 “백수오 원료 전량 폐기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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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가짜 백수오’ 파문에 연루된 내츄럴엔도텍이 결국 백수오 원료 전체를 폐기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 검찰이 원료를 수거해 수사하고 있는 만큼 수사가 종결된 이후 소각키로 했다.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대표는 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현재 보관 중인 모든 백수오 원료 전체를 자발적으로 소각·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소비자원을 상대로 한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철회하겠다”고 했다. 최근 일련의 백수오 사태와 관련해 백기를 든 셈이다.

 국내 1위 백수오 업체이자 코스닥 대표주였던 내츄럴엔도텍은 지난달 22일 소비자원이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짜 백수오)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이후 진위 여부를 놓고 소비자원과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그러다 지난달 30일 식품의약품안천처가 소비자원의 손을 들어주자 “문제가 된 원료는 폐기하겠지만 현재 유통중인 백수오 제품은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고 했다. 이에 맞서 소비자원이 “모든 원료를 폐기하라”며 추가 법적대응까지 예고하자 결국 이를 수용했다.

 내츄럴엔도텍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동안 (진짜 백수오라고)끝까지 밀어붙인 건 그만큼 품질에 대한 믿음이 강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문제가 된 원료 이전에 만들어진 제품은 안전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무엇보다 고객들의 걱정이 크고 주주와 농가의 피해가 커져 하루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새롭게 거듭나야겠다는 판단 아래 전량 폐기를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천농가 등 올해 계약한 백수오 물량 400t을 책임지고 수매해 농가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내츄럴엔도텍 투자피해자 모임’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엄청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힌 회사와 김재수 대표를 상대로 모든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백수오 소비자들이 모여 카페를 속속 개설했다.

 이날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검찰 조사 소식 등과 맞물려 또 하한가를 기록했다. 백수오 사태 이전 8만6600원(4월21일)이었던 주가는 이날 2만4650원으로 72% 급락했다. 9거래일 중 8일 동안 하한가를 찍었다. 매도잔량만 570만주를 넘어섰지만 체결량은 3만주(6일)에 불과해 매수 주체도 사라진 상태다.

 검찰은 ‘백수오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수원지방검찰청은 백수오를 처음으로 가짜라고 밝혀낸 소비자원 직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백수오에 이엽우피소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인데 함유량이 일정하거나 상당 수준이면 고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홈쇼핑 6개 업체는 8일까지 업체별로 소비자피해 보상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홈쇼핑 업계에선 “재검사 이전에 판매된 백수오 제품은 결함이 입증되지 않아 환불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어 소비자 반발이 예상된다.

이소아·염지현 기자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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