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가 거품 향해 가고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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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글로벌 자산시장이 심상찮다. 미국 국채 투자자들이 최근 두 주 새에 1950억 달러(약 214조5000억원)를 잃었다. 채권 금리가 올라서다. 글로벌 경제 전망이 바뀌지도 않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장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내비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채권 금리가 올라(채권 가격이 떨어져) 보유 중인 채권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최근 국제 원유 가격도 오르고 있다. 서부텍사스유(WTI) 값이 이날 배럴당 61달러 선에 거래됐다. 한 달 반 정도 만에 40% 넘게 뛴 것이다. 글로벌 주요 자산 가격이 요동치고 있는 셈이다.

 그 바람에 미 주가의 거품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뉴욕 다우지수가 지난해 말께 1만8000선을 넘어선 뒤 횡보하고 있다. 이런 때 투자의 귀재는 어떻게 판단할까.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주가가 거품인지를 판단할 때 미국의 분기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S&P500지수 종목들의 시가총액을 즐겨 살펴본다. 2015년 1분기 현재 버핏의 지수는 132선이다. 미국 금융위기 직전엔 110선이었다. 양적완화(QE) 등에 힘입어 주가가 많이 뛰기는 했다. 다만 2000년 닷컴거품 절정기(153.6)보다는 낮다.

 최고의 ‘버블 헌터’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자신이 만든 ‘경기조정주가수익배율(CAPE)로 주가 상황을 평가한다. S&P500지수와 상장 기업의 10년치 주당 순이익 평균치로 산출한 지수다. 요즘 CAPE는 27 정도다. 경기조정 주당 순이익보다 주가가 27배 정도 된다는 얘기다. 미 금융위기 직전과 엇비슷하다.

 톰슨로이터 등은 이 수치를 바탕으로 “미 주가가 아직 거품 단계는 아니다. 다만 거품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 국채 시장을 감안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국채 값이 떨어지는 등 심상찮은 와중에 버핏 등이 잇따라 채권 거품을 경고했다. 국채 값이 더 떨어지면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일 수 있다. 이는‘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를 유발한 한 요인이다. 당시 채권 값이 갑자기 떨어지자 주가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것으로 보여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졌다. 채권시장 발 불안이 주식시장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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