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통령의 공식 방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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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가을로 예정된 전두환대통령의 일본방문은 몇가지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수천년을 이웃하여 지내온 양국간에 이루어지는 최초의 국가원수급 공식방문이고 두나라 원수가 첫 대좌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획기적 의미를 갖는다.
한일 양국은 그동안 가장 가까운 우방이면서도 피차의 국민감정은「가장 싫어하는 나라」 의 관계를 면치 못했다. 그야말로 앤티퍼디(anti-pathy)라는 말로 표현될 정도였다. 공연히 미워하는 관계라는 얘기다.
이미 양국이 국교를 재개한지 10년이 됐고 정치·경제적인 협력·교류가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는 현실에서 이제 양국수뇌의 대좌는 그런 관계의 근본을 푸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간의 공식관계를 발전시키고 역사를 정리해 나가는데는 그런 과정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사항인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실제적인 조처를 통해 아직도 미결 상태로 남아있는 식민통치의 불행한 유산을 말끔히 정리하는 일이다.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문제다. 일제 군국주의에 강징된 재일 한인들과 그 후손들은 일본정부가 부과하고 있는 모든 의무를 수행하면서도 취업이 제한되고 지문 채취가 강요되는등 여러가지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소련령 사할린에 있는 한인문제의 해결도 일본이 책임져야 할 식민지 유산의 하나다.
이런 문제들은 일본정부가 노력만 한다면 해결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며 그 해결이 없이는 양국관계의 구조적 발전은 상당한 한계를 느끼게 될 것도 분명하다.
전대통령의 방일은 정상외교의 새로운 확대라는 점에서 한일 양국에 다같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본은 전후의 불행을 딛고 일어나 지금은 정치·경제면에서 전전의 국제적인 지위를 회복했다.
미국과 중공을 비롯하여 세계의 많은 나라 원수들의 공식방문이 그에 비례했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우방인 한국의 원수급 공식방문을 방지 못한 것이 일본엔 흠이기도 했다.
전대통령의 방일은 동북아지역에서의 한·미·일 남방3각 관계에서 한미, 미일관계에 비해 취약한 측면이었던 한일의 국가관계를 보강하게 되고, 이것이 이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방문의 실효를 제대로 찾기 위해서는 일본은 한일간의 현안문제 해결에 좀더 성의를 보여야 한다,
2백7O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역조의 개선, 첨단기술 이전등이 그중 중요문제다. 이것은 그동안의 누적된 무역역조를 간접적으로 다소나마 푸는 구실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날의 불행한 한일관계나 지금의 한국의 위치로 볼 때 전대통령의 방일은 다른 어느나라 원수의 방일과 비교될 수 없는 특수성이 있음을 일본정부는 명심하고 대처해야 한다.
두나라 정상의 접촉만으로 우리의 깊은 상처가 쉽게 치유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을 개기로 양국은 정부문원의 관계를 넘어 국민간의 심층깊은 지호선린관계를 확대·발전시켜 나가도록 공동노력을 다짐하고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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