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에 거래된 새마을금고 이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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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대가로 1억원을 주고받은 새마을금고 전·현직 이사장이 구속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전직 구청장도 수천만원을 보태며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은 새마을금고법 위반 혐의로 부산시 동래구의 한 새마을금고 전 이사장 성모(75)씨와 현 이사장 최모(61·여)씨를 구속 기소하고 최모(63) 전 동래구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지난 1월 당시 새마을금고 부이사장이던 최씨는 성씨에게 은밀한 제안을 건넸다. “이번엔 내가 이사장 선거에 출마할 건데 당신이 출마하지 않는 조건으로 1억원을 주겠다”면서다. 성씨가 1억원을 받으면서 거래는 성립되는 듯했다. 하지만 성씨가 돌연 최씨를 협박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성씨는 “금품 제공 사실을 신고하겠다”며 최씨의 불출마를 요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성씨가 돈을 받고도 자기와 친분이 있는 사람을 이사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최씨를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씨는 출마를 강행해 이사장에 당선됐고 이에 성씨 측은 검찰에 최씨의 비리를 신고했다. 하지만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둘 사이의 돈 거래 사실을 포착하고 성씨와 최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최 전 구청장이 개입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검찰이 1억원의 출처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최 전 구청장이 6000만원을 보탠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조사 결과 2006~2010년 동래구청장을 지낸 최 전 구청장은 자신과 친한 최씨를 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앉히기 위해 성씨와 최씨의 만남도 직접 주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맹기 부산지검 차장검사는 “전직 구청장이 이른바 ‘자기 사람’을 이사장에 당선시킨 뒤 각종 인사나 사업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이라 고 밝혔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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