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기대 전버린 프로야구|84 전기리그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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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해 프로야구의 슬로건은「깨끗한 야구」.
그러나 전기리그는 말썽과 추태로 얼룩져 「추한 야구」로 전락해버렸다.
자질부족의 심판판정에 대한 어필이 꼬리를 물었고 이성을 잃은 일부 선수들의 거친 매너로 구장은 살벌해져 부상이 잇달았다.
미비한구장시설과 어설픈 구장관리로 야간조명등의 불이 자주꺼져 경기가 중단되는등 팬들을 짜증나게 했다.
이같은 사건으로 경기가 중단된 것은 모두 20건.
공식기록부에 기록된 것이 20건이지만 사소한 판정시비등을 포함한다면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않는다.
작년 전기리그의 12건에 비하면 무려 66·7%나 늘어나 「깨끗한 야구」 가 무색해진 셈이다.
이 20건의 시비로 경기가 중단된 시간은 모두 5시간38분.
작년의 l2건 1시간45분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판정시비등으로 경기가 중단된 것은 평균7·5게임에 한건씩이며 3∼4일만에 한번씩은 이 같은 시비가 일어난 셈이된다.
그리고 사건때마다 평균17분간 경기가 중단된 꼴이다.
이 때문에 관중수에서도 한게임평균 6천86명(총91만2천4백43명)으로 작년의7천5백20명(전후기 총 2백25만여명)에 비해 무려 19%나 줄어들었다.
이같은 관중의 현저한 감소는 찾은 판정시비등으로 프로야구에대해 팬들이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구단들의 팬에 대한 무관심과 홍보부재, 그리고 한국프로야구위원회 (KBO)의 형평을 잃은 독선적인 행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프로야구발전에 중대한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각구단들은 한결같 「이기는 것만이 홍보의 전부」 라는 사고방식으로 홍보가 공보가 된지 이미 오래다.
사소한 문제에도 구단들은 침소봉대, 서로 헐뜯고 비난하며 과장선전하는 권모술수가 판을 친것이 사실이다.
심판의 자질미숙도 큰 문제지만 사사건건 시비로 일관하는 감독·선수들의 매너도 관중을 잃게하는 가장 큰 요인중의 하나다.<조이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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