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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의의 방학 4년"…양봉에 튀김장사도|해직교수들, 교문나선 후「오늘」기다리며 인고의 세월 보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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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해직교수의 원적교 복귀설은 적어도 대학가에서만은 지난6월초부터 나돌기 시작한 알려진 비밀.
정부관계기관으로 부터 슬쩍슬쩍 흘러나온 이 메거톤급 뉴스는 당초『설마 그럴리가 있겠느냐』면서 대부분 교수들이 반신반의했으나「설마」가 사실로 드러나자 역시「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대로 라며 모두들 탄성.
그런데도 정부관계당국은 이를 확인하려는 기자들에 대해서만은「금시초문」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시치미를 떼기에 급급.
문교부관계자는 지난 13일 하오에도 서류뭉치를 든 채 고위층의 재가를 받고 들어서다 기자들과 마주치자『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며 역시 오리발.
각 매스컴은 바로 그 다음날 국회문공위에서 나올 얘기를 끝까지 치졸한 방법으로 부인하는 바람에 이 뉴스를 신속히 보도하는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고-.

<해직교수들 연락소로>
○…해직교수들은 강단을 떠난 뒤 지난4년 동안 연구소개설·전업·장사·집필·해외유학 등으로 인고의 세월을 살면서 강단복귀의 오늘을 기다려왔다.
○…연구소개설은 안병무(62·한신대·신학)·변형윤(62·서울대·경제학)·유인호(서울대·경제학)·이효재(여·이대·사회학)·김진균(44·서울대·사회학)교수 등이 대표적인 예.
안교수는「한국신학연구소」소장으로 일하면서「신학사상」등 잡지의 원고집필 외에『진실때문에』·『시대와 증언』등 저술을 최근에 출간.
변교수는 제자들의 도움을 받아 81년 서울 광화문에 자신의 아호를 딴「학현연구실」을 개설, 연구를 계속해왔다. 그의 연구실은 또 해직교수들의 연락소로 개방돼왔다. 이교수도 역시 제자들이 앞장서 아현동에「한국여성문제연구소」를 개설.
김진균교수도 상도동에 후배들이 마련해준「상도연구실」에서 연구생활을 계속했고 유교수도「스케인연구소」를 차려 옛제자들과 연구활동.

<목사로 전업한 사람도>
○…전업을 한 경우도 있다. 원래 목사이기도 했던 김찬국교수(58·연대·신학)는 강남의 목양교회 설교목사로 시무중. 서광선교수(58·이대·철학)도 해직후 목사안수를 받고 강남현대교회에서 당회장으로 일한다. 백재봉교수(이대·노동법)도 대치동 영문교회에서 목회.
그밖에 임영천(조선대·국문학)·명노근(전남대·영문학)·이석영(전북대·공학)·남정길 (전남대·철학)·이만열(숙대·국사)교수 등도 한신대 등에서 목회수업을 받고있거나 현재 목회활동을 하고있는 해직교수들.
이우정교수(61·여·서울여대교육학)는 역시 해직 후 신학공부를 한 뒤 NCC인권옹호위원회 사무국장과 여신학자협회장 등을 겸임. 독신이면서도 20여명의 수양딸을 양육하고있다.
서남동교수(55·연대·신학)가 역시 목사로서 76년에 자신이 설립한 서울 충정로의 한국선교 교육원의 원장으로 신학교육에 전념.
영남대 김윤수교수(미술사)는 지난해「창작과 비평」사장으로 취임했고 같은 대학의 이수인교수는 주식회사 봉명사장으로 일하고있다.

<부인은 보험사원 생활>
○…해직교수중 가장 고생을 한 사람은 이광우교수(55·전남대 정외과). 81년5월부터 6개월동안 구멍가게를 2백만원에 빌어 튀김장사를 했고 부인은 보험회사 외무원으로 맞벌이를 하기도 했다.
동료 최모교수 등 10이 매월 봉급에서 1만원씩을 떼어 10만원을 보내주었으며 수입이 적어 튀김장사를 그만두자 제자 김모씨(37), 노모씨(35)가 쌀과 연탄을 들여놓기도 했다.
원주이씨 종친회의 이상철씨(39)는 생활비로 10만∼20만원 씩을 지원했고 종친회 장학회에서 자녀들의 등록금 보조비 5만원을 보냈다.
82∼83년 1년간은 김동원·송기숙교수 등과 함께「전남대30년사」를 집필, 원고료 2백만원으로 생활에 충당.
○…이광우교수를 포함한 전남대의 김동원·이방기·노희관·송기숙교수 등 5명의 해직교수들은 광주 무등산에서 꿀벌을 쳐 1인당 1년에 20여만원쯤의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적정월급기준 등 미뤄>
○…교통부가 최근 내놓은「택시제도 개선종합대책」은 기대가 컸던 만큼 알맹이가 없어 빛좋은 개살구 격.
교통부는 이 대책에서 부가의 보도처럼 써온 완전월급제실시를 또 내세우면서도 정작 핵심이 되는 적정월급기준·택시운행거리제한 등에 대해서는 다시7월중에 안을 만들겠다고 뒤로 미뤄 보고를 위한 말장난의 인상만 물씬.
몇해전부터 거론되어온 시간·거리병산제에 대해서도 뚜렷한 실시시기 없이 내년중 서울부터라고 종전과 같은 막연한 방침만을 밝혀 택시사납금 사태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실정.
대구택시운전사사건을 계기로 난맥을 면치 못하고 있는 택시운수업계에 일대 수술을 할 것처럼 나섰던 교통부가 이렇게 맥빠진「개선대책」을 내놓자 관계자들은『이러니까 대구사태 같은 것을 빚은 것이 아니냐』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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