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과 국제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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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호황도 걱정이다. 한편에서는 국제수지가 심상찮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수입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외화의 쓰임새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국제수지적자폭을 6억달러까지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목표였는데 5월말 현재로 벌써 10억달러선을 넘어섰다.
정부안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대표적인 것이 돈줄을 죄는 긴축작전이다.
돈줄을 죄면 경제활동이 위축될게 뻔하다. 그렇게 해서라도 수입에 제동을 걸자는 의도다.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83년 우리나라의 외채는 4백6억달러. 외채가 지난 몇 년간 30억∼50억달러씩 늘어왔는데 이를 계속 더 늘려가선 안되므로 경제성장을 다소 늦추더라도 국제수지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국제수지·물가·성장은 서로 상층관계에 있어 세 가지를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 이제까지는 국제수지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물가와 성장에 우선해야 한다는 정책기조였다. 그것이 한계에 온 것이다.
수입보다 수출을 많이 할 수 있는 경제구조라면 호황이라고 국제수지가 문제될게 없다. 대만의 경우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우리의 9·7%보다도 훨씬 높은 12·3%를 기록했는데도 국제수지에서 2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냈다.
그렇질 못하니 문제다. 가뜩이나 수입이 수출을 앞서는 판에 호황으로 수입이 급속히 불어나고 있어 걱정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한 경우는 경기여하가 더욱 민감하게 국제수지에 영향을 준다. 기업이 장사가 잘돼서 공장을 늘려 짓는데 기계를 수입해야 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져 쇠고기를 많이 먹게돼도 쇠고기와 사료를 수입해야한다.
물론 수출용 원자재의 수입이 느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바이어의 구미에 맞게 우수한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려면 비싸더라도 외국재료를 사다 써야한다. 또 공장 짓는데 사들이는 기계수입이 느는 것도 별 문제될게 없다. 그러나 최근처럼 국내소비용 수입이 늘어나는 게 문제다.
자동차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주요부품인 강판수입이 금년 들어 1백50% (4월말 현재)나 증가했는가하면 컬러TV·전자레인지 등에 필요한 부품수입 역시 1백%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등이 그런 예들이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소비가 늘어나면서 원유수입에 1억6천만달러가, 사료수입에 9천만달러가 각각 더 쓰여졌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기름과 사료수입 두 가지만 따져도 작년보다 무려 5억달러 이상이 더 들어갈 전망이다.
이처럼 경기가 좋아지면 쓰임새가 커지고 수입이 늘어난다. 전기사용량을 봐도 산업용전기는 12·4% 증가에 그친데 비해 상가지역은 19·8%나 늘어났다.
그만큼 수출을 더 늘려야하는데 마음먹은 대로 될 일이 아니다. 무역외 수지를 들여다봐도 신통칠 않다. 그 동안 해외건설에서 벌어들이는 외화수입이 국제수지적자를 메우는데 큰 몫을 했는데 금년 들어 19% (4월말 현재)나 줄어든 상태다. 불안한 중동정세로 신규수주실적 역시 62%나 감소해 갈수록 걱정이다.
반대로 나갈 돈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빚을 잔뜩 짊어지고 있는데다 국제금리가 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프라임레이트는 연초 11%하던 것이 최근 12·5%수준이다. 국제금리가 1% 오르면 우리는 앉아서 2억달러 가량의 이자부담이 더 생기므로 작은 일이 아니다.
5차 5개년계획 (수정)에 따르면 경상수지적자가 작년의 16억달러에서 금년에는 10억달러 내년에는 3억달러로 줄어들어, 86년에는 4억달러의 흑자를 내겠다는 것이다.
더 이상 외국 빚을 꿔 쓰지 않고 나아가서는 과거에 진 빚을 줄여나갈 수 있다는 청사진이다. 수입보다 수출을 많이 하겠다는 이야기고 기업들의 투자활동도 외자를 안 쓰고 국내에 저축된 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수출이 생각대로 잘 풀려나간다 해도 저축이 문제다. 현재 24%선인 국내저축률을 30%선까지 끌어올려야 하는데 최근의 분위기는 저축보다 소비가 부쩍부쩍 늘고 있어 걱정들인 것이다. 특히 가계저축률의 경우는 일본·대만의 절반수준 (7%)밖에 안돼 여간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고서는 외자를 충당할만한 저축동원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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